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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Mar 16. 2019

쌀의 품질 관리

건조와 곰팡이

쌀 농사는 지역별, 품종별로도 다르지만 생산자의 경험과 지식에 기반한 기술에 따라 농사 내용은 다양해진다. 따라서 이것이 옳은 농사 방법이라고 단정 할 수는 없다. 다만 하지 않아야 하거나 피해야 할 것은 있다. 최근 낮선 쌀을 접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쌀 상태에 놀라서 몇 가지 짚어봤다.

수확한 생벼의 수분은 수확시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을 25% 내외이다. 이 생벼를 자루 속에 넣은채로 방치해두면 몇 시간만에 변색이나 곰팡이 피해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수확하자마자 건조기에 넣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늘에 두고 자루를 벌려 놓거나, 멍석에 펼쳐놓고 예비 건조를 해야한다.

건조한 쌀의 수분은 15%가 적당하다. 지나치게 건조하면 정미시 깨진 쌀이 많아지고 쌀의 끈기도 떨어지고 맛도 떨어진다. 15% 이상의 높은 수분의 쌀은 저장성이 떨어지고 정미 품질의 변화가 생기기 쉽다.




내가 최근에 막걸리 주조를 의뢰받으면서 받은 쌀이다. 현미인 해당 쌀의 상태는 보다시피 배유부의 일부가 전분이 불충분한 미숙입자였다. 백색의 불투명한 부분이 거의 모든 입자 표면의 1/2 또는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백미숙입자였다.


더불어 배아 부분이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즉 싹부패입자였다.




해당 쌀을 씻은 첫번째 뜨물이다. 이물질이 뜨고 냄새가 나고 혼탁한 물이다. 많은 물로 여러차례 씻어도 혼탁한 물이 맑아지지 않는다. 혼탁한 물이 쌀에 흡수 될까봐 체를 이용해서 물에 체를 넣어 흔들어 빼는 방식으로 씻었다. 수 차례를 반복하고서도 아주 맑아지지는 앖았다.




맑은 물에 3시간 불린 후 체에 건져 물을 뺀 상태이다. 손가락으로 휘젓거나 체로 물에 넣었다 뺏다하며 쌀을 씻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라지거나 부서진 쌀이 많았다. 부서진 쌀로인해 불린 물이 뿌옇게 탁해졌고 가라앉은 부서진 쌀의 양이 꽤 많았다.


배아 부분의  검게 변색된 부분은 더 선명해졌다.





고두밥을 했다. 밥을 하는동안 이취가 심했다. 뜸 들인 후 밥솥 뚜껑을 열자 강한 이취가 강하게 코를 찔러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이 밥 먹어도 될까? 내 생애 이렇게 강한 이취는 처음이었다.


밥 배아 부분의 변색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고두밥을 푸자마자 물에 씻어 온도를 내렸다. 역시 밥 배아 부분의 변색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쌀을 보내주신 분께 여쭈었다, 배아 부분에 검은 반점이 무엇이냐고.


답은 '글쎄요.' 였다.


해서 다시 여쭈었다. 바이러스나 곰팡이일까요?


답은 '모르겠다' 였다.


보내주신 분은 농부이다. 해서 사진과 함께  질문을 드렸으니 알아보시고 답을 해주실 것으로 기다렸으나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해서,

국내 다른 농부에게 물었다.


답은 '바이러스나 곰팡이일거예요. 관리를 못해서 그랬을겁니다.' 였다.


일본 쌀 전문가 분들과 상의할 기회가 있었다. 위의 사진을 보여드렸다. 상태도 설명드렸다.


그분들의 답은,

' 쌀 실물을 보지 못해서 확실히 진단할 수는 없으나, 이취는 산패가 원인이고, 배아의 검은 반점은 곰팡이일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였다.


허면,

산패와 곰팡이는 왜 생겼을까? 건조를 제 때하지 못했거나 적정 수분과 온도 관리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해서,

해당 쌀을 보내주신 농부에게 여쭈었다. ' 생벼 관리는 어떻게 하셨나요? 온도와 습도 관리는 어떻게 하셨나요? 산패와 곰팡이가 의심되었는데 전문가들과 상의하고 나니 염려가 커져서요. 그동안 별 탈이 없었다거 해도 해당 쌀로 담은 제 술 시음은 중지해주셨으면 합니다. 더불어 다른 쌀의 상태도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답은,

' 제 쌀을 욕되게 하지 말아주세요. 그동안 해당 쌀을 가공해오시고, 밥을 드신 분들을 열거해서 그 쌀이 문제 없음을 일일이 거론드리고 싶지 않네요. 당장 농업기술원에 보내서 오염된 쌀인지 성분 검사를 의뢰해보겠습니다. 소농과 토종쌀에 대한 예의없고 근거없는 의견을 듣고 싶지 않네요.' 였다.


다행히 해당 쌀로 내가 주조한 술의 시음은 중지하겠다고 했으나 ... 소농들의 생벼 관리는 검토해봐야하지 않을까? 해당 쌀에 대한 내 상의가 불편했더래도 이를 계기로 쌀의 상태를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정립인지 미숙 입자인지, 죽은 입자인지, 피해 입자인지, 착색 입자인지, 이종 알갱이는 섞이지 않았는지, 쌀의 품질 관리를 제대로 했으면 한다.


왜 투명하지 않고 백색 반점이 있는 지, 왜 이상한 부유물이 뜨는 지, 왜 심한 이취가 나는 지, 왜 검은 반점이 생겼는지를 모르겠다고 답하고 알아보지도 않는 것으로는 귀한 신념을 실천하고 계시는 소농들이 존중받고 신뢰받기 어렵지 않겠나? 부디 반드시 쌀 품질 관리를 제대로해서 귀한 신념이 꺽이지 않길 바란다.


日本炊飯協
ごはんソムリエ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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