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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Dec 10. 2019

청자오첩반상기

고려의 멋

전북 부안의 유천 도요지는 고려시대부터 내려온 상감청자의 본산지다. 이곳에서 43년 경력의 무형문화재 이은규 사기장은 매일 흙을 빚고 불을 지피며 상감청자의 맥을 잇고 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은 상감을 새기는 일. 학, 모란, 구름 등의 문양을 도자기에 하나하나 새기는 데만 꼬박 한 달이 걸린다. 이렇게 조각한 문양에 흰색을 내는 백토나 검은색을 내는 자토를 채운 후, 겉면에 유약을 발라 초벌로 굽고 다시 재벌 과정을 거치면 하나의 상감청자가 완성된다. 나무를 태운 재를 물에 탄 잿물, 즉 유약은 청자의 은은한 비취색을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비로운 옥빛을 발하는 것도 유약 덕분이다. 그런데 최근엔 값비싸다는 이유로 식물성 유약 대신 광물성 유약을 쓰는 이가 많다. 이은규 사기장은 시장의 논리대로만 돌아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 (행복이 가득한 집 인터뷰)


이은규 선생님은 내 청자 선생님이시다. 청자 훍을 찾아 부안에 자리잡으셨다. 실물을 보지 않으시고 일본 도록 사진과 사양만으로도 도난당한 고려청자를 척척 재현하신다.


매화가 겨우 꽃망울을 움터 매화차로 부족한 계절에  매화차하려 선생님 작업실 입구 매화 몇 개를 땄다. 용기가 마땅치 않아 청자 그릇에 따서 두었는데 ... 매화향이 풍겨 그러려니 했는데 ... 30여분 지나자 청자 그릇 안의 매화가 활짝 피어있는게 아닌가?


청자를 왕실에서 반상기로 쓰고, 무신들이 자리끼 물병으로 사용한 이유를 알겠다. 제대로된 청자 그릇에는 밥 알이 붙지 않는다. 청자 컵에 커피를 마시면 그 맛이 기품있게 부드러워진다. 청자가 내뿜는 원적외선의 힘이다.


나와 내 주변 청자 애호가들은 김치독에도 청자 접시를 넣어두고, 깨진 청자 조각은 밥할때 넣어 사용한다. 그 맛의 부드러움을 기억해서이다.


매화 이후 우리집 그릇은 모두 청자 그릇이다.


청자는 흙의 성질이 물러서 두텁다. 9첩반상기로 차린 상은 혼자 들을 수 없는 무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청자반상기가  9첩반상기인 이유는 9첩 반상이  반가집의 최고 상차림이었기 때문이다.


하얀쌀은
5첩 청자 반상기를 이은규 선생님과 함께 준비한다. 이화상감청자반상기로. 봄이 되어야 흙을 팔 수 있으니 따듯한 봄까지 디자인을 상의하기로 했다.


日本炊飯協会 ごはんソムリエ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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