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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조금 느린 부엌 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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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글짓는 요리사 김동기 Jul 13. 2021

내 인생 토스트

#토스트와 샌드위치

20대 초 사회 초년생 일 때에 출근 시간마다 역 근처로 나와있는 토스트 가게가 있었다.

작은 리어카 매대에 휴대용 가스버너를 가져다 놓고 삶은 계란, 두유와 우유 요구르트 같은 음료들을 쭈욱 배치해 놓은 알찬 메뉴로 구성된 이동식 조찬 간이식당이었다. 가격도 아름다웠다.

계란과 야채가 들어간 달달한 토스트 1개에 1000원 음료도 500원, 약 15년 전을 감안하더라도 꽤 합리적인 가격이었던 거 같다. 그 토스트는 먼저 마가린을 두른 팬에 앞뒤를 노릇하게 구운 후 다진 야채가 들어간 계란 물로 스크램블을 만들고 구운 빵 안에 설탕, 케첩, 야채 스크램블 에그를 넣어 종이컵 안에 쑥 넣어 뚝딱 만들어졌는데, 종이컵 안에 들어간 토스트의 모양은 볼품없을지 몰라도 그 실용성은 참 칭찬할만했다. 출근길 한 손엔 가방을 둘러매고 한 손에 종이컵에 넣은 토스트를 들고 다니며 한입씩 먹으면 전철이 들어오는 시간 전까지 깔끔하게 식사를 마칠 수가 있었다.

아침 출근 시간이란 게 없어진 요즘, 먹어 본 지 오래지만 최근에도 장사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중랑구 동부시장 끝 골목 중랑역 가는 길에 있는 토스트 노점)

그런 토스트의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먹는 건 토스트 라기보단 핫 샌드위치에 가깝다는 거다. 토스트는 구운 빵에 간단하게 잼이나 버터 등을 바르거나 또는 계란 물에 흠뻑 적셔 촉촉하게 먹는 방식이 있다. 그러한 것들을 토스트라고 한다. 우린 그런 토스트 사이에 계란이나 야채 햄을 넣어 먹으니 핫 샌드위치라고 부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예전 호텔에서 일할 적에 가장 주문받기 힘든 메뉴 중 하나가 샌드위치였다. 미리 만들어 놓을 수도 없고 다른 메뉴들과 함께 준비하려면 벌려야 하는 일들이 상당히 많은 메뉴였다. 빵을 굽고 닭가슴살을 익히고, 계란 프라이를 하고 샐러드 야채를 버무리고 토마토를 자르고 치즈를 멜팅 하고 그걸 또 잘 쌓고 자르고 포장하고 감자튀김도 튀겨야 했다. 간편해 보이는 샌드위치이지만 다른 메뉴에 비해 정성이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 호텔의 샌드위치는 유독 더 인기가 많았던 거 같다.

#샌드위치의 유래

샌드위치는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으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도박을 좋아하는 백작이 밥 먹는 시간까지 아끼기 위해 빵과 빵 사이에 고기를 끼어 넣어 간편하게 식사를 했다고 한다. 사실 그 샌드위치 백작의 유래도 요즘 재조명되고 있기는 하지만, 빵과 빵 사이에 고기를 넣은 그 샌드위치라는 음식의 단어 자체는 샌드위치 백작을 통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샌드위치란 음식은 기록상으로는 그 보다 훨씬 고대 로마시대에도 제국의 병사들이 고기를 끼운 식량을 배급받았다는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고 프랑스 농부들이 점심 야참으로 빵 사이에 차가운 고기를 끼워 먹었다는 말고 전해져 오기도 한다. 유래를 떠나 재미있는 건 이 샌드위치 백작의 이야기 때문에 18세기 영국에서는 샌드위치가 크게 유행했다고 전해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우아한 마케팅이 아니었을까 싶다. 백작이라는 높은 위치의 귀족이 만든 간편한 음식이라는 마케팅은 남녀노소 서민, 귀족 할 것 없이 즐기게 되었고 그 이후 영국에서는 이 샌드위치가 주요한 점심 식사가 되었고 간편하고 휴대하기 쉽게 되었기 때문이다.

샌드위치는 간단한 간식으로도 좋지만 예전 뉴욕 생활 중 먹었던 비프 샌드위치는 샌드위치라는 음식이 간편한 식사를 위한 음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준 계기가 되었는데 얇은 비프 살라미를 10cm 두께 정도로 겹겹이 쌓아 넣은 샌드위치였다. 작은 오이 피클인 코니숑과 약간의 양상추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감칠맛을 냈었다. 한 번에 다 먹지 못하고 2번에 나누어 먹었던 기억이 있다.

#샌드위치

샌드위치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사실 무엇을 넣으냐에 따라 나만의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 또한 어렵지 않기 때문에 창작 메뉴를 만들기도 쉽다. 기본적으로 차가운 샌드위치와 따듯한 샌드위치로 크게 나뉠 수 있다. 편의점의 샌드위치 같은 하얀 빵에 계란이나 샐러드들이 들어간 걸

차가운 샌드위치, 파니니 같은 치즈가 쭉 늘어나는 것 같은 것들을 따뜻한 샌드위치로 보면 된다. 스페인의 오징어 샌드위치(Calamares Bocadillo), 이탈리아의 파니니, 베트남의 반미, 일본의 야끼소바 빵, 미국의 햄버거 같은 것들도 조금 크게 보면 샌드위치의 친척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식빵 위에 재료를 올려 한입 크기로 만드는 카나페 같은 것도 오픈 샌드위치로 볼 수 있다.

오스테리아 주연 오너 셰프 김동기 paych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