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글 솜씨에 몸부림치듯 음식 이야기를 푼 지 어느덧 3년이 되었습니다.
브런치에 올라온 32개의 글은 세계일보에 '김 셰프의 낭만 식탁'이라는 타이틀로 2019년부터 2021년 2월까지 연재했던 제 칼럼입니다.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찰나 속 음식의 추억을 잊어먹지 않기 위해 시작한 글이 이렇게 모여 제 생각보다도 많은 분들께 읽히고 있다 생각하니 사실, 글을 올릴 때마다 많이 창피하더군요.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글을 올리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직업은 요리사입니다. 작은 가게를 하고 있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종종 창업 컨설팅과 기업체 메뉴 개발 같은 일들을 하고 있죠. 매일 아침에는 출근 전까지 지친 와이프 좀 도울 겸 이제 돌 지난 아이 육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치는 날이 많아요. 그런데 그런 바쁜 하루가 끝나고 식탁 의자에 앉아 오래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던 거 같습니다.
어릴 적 손을 다쳐 만화가라는 꿈을 접고, 요리사의 길을 선택하며 그림이 아니라면 글이라도 써보고 싶다 라는 막연한 꿈을 가졌을 때에 박찬일 셰프님의 책을 보고 많은 용기를 얻어 지금에야 조금 작은 결실을 맺게 되었네요. 5000명이나 읽었다는 알람이 뜬 어떤 날은 환호성도 질렀답니다. 당연히 책으로 나올 생각은 안 합니다만, 무언가 이 '마감'이라는 것은 굉장히 설레는 일인 거 같습니다.
부족한 글들 읽어 주시느라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음식을 기억해 내 볼 때면 그때의 계절, 함께 했던 사람들, 간지러웠던 사소한 감정들까지 종종 생각이 난다. 음식은 먹는 순간 끝이 아니라 천천히, 느리게 소화되는 추억 아닐까 싶다. 가끔은 소화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음식들 속 추억들도 있다. 군 입대 전 차마 한 입밖에 못 먹었던 어머니의 김치찌개, 추운 겨울 뉴욕에서 먹었던 따뜻한 감자수프, 겨울 내내 시린 손을 녹이며 손질했던 홍합. 지나온 날들을 생각하며 내 부엌의 요리들도 누군가에겐 조금은 느리게 천천히 스며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에는 내 마음속에 느리게 소화되고 있는 추억 같은 음식들을 적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