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도 까도 새로우면 뭐 어때
까도 까도 계속 새로운 사람이 있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란 뜻으로 살짝 부정적인 느낌으로도 쓰이기도 하는데 내 개인적인 의견은 양파 같은 사람이라면 뭐 속을 좀 알 수 없으면 어때? 싶다. 까도 까도 새로운 사람. 특히 요즘처럼 한 가지 일만 잘하는 것보다 새로운 일에 대한 재능과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이런 다변화 시대에는 말이다. 양파가 주는 은혜로운 혜택을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양파 같은 사람이라는 건 최대의 극찬 아닐까.
짜장면은 정말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메뉴다. 이 고단한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짜장면에 얽힌 사연, 추억 한 개 정도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거라 단언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하게 한 끼를 채울 수도 있는 짜장면은 아직까지도 이사한 그 날, 짜장면과 탕수육으로 배를 채우는걸 하나의 미덕으로 생각을 한다. 그런 짜장면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양파다. 양파의 달큼한 맛은 짜장면의 맛을 좌우한다. 물론 약간의 마법의 가루 정도가 들어가야 한다지만 그 MSG 만으로 낼 수 없는 맛이 바로 양파의 달달함이다. 짜장면에 그렇게 양파가 많이 들어가는데 또 우리는 양파를 춘장에 찍어먹기까지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짜장면이 생각이 난다. 슥슥 비벼 한입 넣고 단무지 보다 양파를 먼저 아작아작 씹어 먹고 싶다. 입가에 좀 묻으면 어떤가 품위는 잠시 접어두어도 괜찮다. 볶은 양파 가득한 짜장면 한 그릇을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나온다. 내일은 짜장면을 만들어 먹어야겠다.
양파는 정말 팔방미인이다. 양념장에도, 조림에도 볶음 요리에도 양파가 안 들어가는 레시피를 찾아보기 힘들다. 파, 마늘, 양파, 간장, 참기름의 조합은 마치 오망성의 끝자락에 붙어있는 한줄기 빛처럼 많은 음식들에 잘 어울린다. 한식에서는 양파가 주인공인 반찬으로 양파 장아찌, 양파 무침 같은 살짝 자극적이고 새콤한 음식들이 많다. 밀가루를 묻힌 전이나 튀김에도 아주 좋고, 살짝 물에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참기름을 두른 쌈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도 달달 짭조름 하니 맛이 좋다. 서양식에서 양파가 주가 되는 요리로 대표적으로는 [프렌치 어니언 수프] 나 [어니언 파르시 farci] 같은 것들이 있다. 둘 다 양파가 주인공이 되는 음식인데 어니언 수프는 양파를 아주 천천히 갈색이 될 때까지 볶아 양파의 단맛을 최대한 끌어올려 육수나 채수를 부어 먹는 정말 해장으로 끝내주는 수프이다. 아주 얇게 채 썬 양파를 오일로 코팅한 팬에 약한 불로 천천히 천천히 볶는다. 양파가 진한 갈색으로 변하면 양파 섬유질이 으깨져 마치 쨈처럼 변하는데 거기게 버섯으로 만든 채수를 넣고 끓여 간을 하면 정말 고소하고 진한 맛을 낼 수가 있다. 그리에르 치즈를 얹어 구운 바게트를 수프에 올려 빵을 살짝 적셔 먹으면 어찌 보면 단순한 이 양파 수프가 어떻게 이런 맛을 낼까 싶을 정도의 감동이 올라온다. 어니언 파르시는 양파의 속을 파서 다진 고기나 리소토 같은걸 채워 먹는 요리인데 라따뚜이를 채워 먹는것도 맛이 있다. 양파를 기름과 바질로 마리네이드 해 준 후 쿠킹 호일로 감싸서 200도씨 오븐에 10분간 구우면 양파가 전체적으로 투명하게 익는다. 그때에 속을 파내면 정말 거짓말처럼 양파 속이 쏙 빠져나온다. 파르시는 채우다 라는 뜻의 요리명인데 양파 말고도 토마토나 파프리카 속에 채운 요리들도 유명하다.
양파는 음식으로써 뿐만 아니라 건강식품이기도 하다. 항산화 작용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기도 한다. 돼지고기랑 같이 먹으면 피를 맑게 해주는 효과 또한 있다. 양파는 수분이 90%를 차지하지만 탄수화물이나 비타민, 칼슘, 인, 철등의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또 양파의 퀘르세틴이라는 성분은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축적되는 것을 억제하여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양파를 썰다가 눈물 한번 안 흘린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호텔에서 근무할 적에 이 대량으로 양파를 썰때는 정말 눈물 콧물 범벅이었다. (어떤 선배님은 물안경을 쓰고 작업을 하시기도 했다)생양파에는 매운맛을 내는 휘발성 물질인 황화수소, 알데히드, 메르캅탄, 디설파이드류 들의 성분들이 있는데 이 녀석들이 눈의 점막을 자극해서 눈물을 나게 만든다. 휘발성 물질이기 때문에 근처에 불을 켜고 양파를 썰면 눈에 오는 자극이 적어진다.
양파 2개, 레드와인 100ml , 소금 1ts, 버터 1Ts, 올리브 오일 some , 버섯 채수 1L , 밀가루 1Ts , 그리에르 치즈 30g , 바게트 빵 슬라이스 1ea
-양파는 최대한 얇게 채 썰어 준다.
-팬에 오일을 두르고 약한 불에서 양파를 볶아준다.
-양파가 진한 갈색이 되면 소금을 뿌리고 버터를 두른 후 레드와인을 넣어 졸여준다.
-밀가루를 넣어 함께 볶아 준다.
-야채 스톡을 넣고 20~25분가량 천천히 끓여준 후 스프볼에 담는다.
-슬라이스 한 바게트 위에 그리에르 치즈를 듬뿍 뿌려 준 후 어니언 수프에 얹어 준 후
180도 오븐에 5~10분 간 넣어 치즈를 녹여 먹어준다.
글쓴이: 오스테리아 주연 김동기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