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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속 당근

당근 이야기

#대표적인 편식의 기억

당근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이 있을까? 내 어릴 적 편식 순위권 에는 항상 당근이 들어있었다.. 우리는 왜 그토록 당근을 싫어했었고, 어머니는 왜 그토록 당근을 우리에게 먹이려고 하셨을까? 

요리를 만들고 음식을 먹고 있자면 그런 예전 기억들이 생각이 난다. 음식은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책갈피가 되어 주기도 한다.


#카레 속 당근

동네 시장, 대형 마트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당근, 그 예전에 인도로 한식 행사 때문에 방문했었던 뭄바이 길거리에서도 당근을 팔았다. 정말 세계 어느 곳에서도 당근은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당근이 몸에 좋다 라는것은  이미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당근 싫어” 라는 말 정도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싶다.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이 일터로 나가시면 동생 밥을 챙겨 주는 건 항상 내 몫이었다. 사실 챙겨준다는 의미는 별거 없고 어머니가 준비해 준 음식들을 식탁에 올리는 게 다였다. 최소 한 끼 많게는 두 끼 정도를 동생과 둘이 챙겨 먹었는데, 그러다 보니 국이나 찌개 같은 건 냄비에 한 솥 가득 끓여놓고 가셨던 기억이 난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별미가 있었는데 그 음식이 바로 카레다. 지금처럼 다양한 종류의 카레는 없었고 분말 카레에 야채를 넣고 끓여 먹는 형태였다. 카레만 있어도 밥 한 공기는 뚝딱 이었지만 어린 시절 으레 하는 것처럼 열심히 야채는 건져서 고기랑 감자만 속속 골라 먹었었다. 특히 그중 물컹한 식감의 당근을 가장 싫어했는데 노란 카레 속에 듬성듬성 붉고 큼지막한 당근을 보고 있자면 입에 넣기도 전에 그 물렁한 식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퇴근하시고 온 집에서 비어있는 카레 냄비 속에 유독 많이 남아 있는 당근을 보는 어머니의 생각은 어떠셨을까?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당근이 없는 카레가 우리들 식탁에 올라오게 되었다. 우리들은 속으로 이제 이겼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서야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그동안 당근을 갈아서 넣으셨던 거였다. 우린 그런 푹 끓여 갈린 당근이 듬뿍 들어간 카레를 10년 넘게 편식 없이 먹고 있었다. 약간의 배신감 느껴지는 진실이었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사랑에 감사하기도 했다. 자식들 건강을 위해 몰래몰래 당근을 갈아 넣으셨을 어머니 마음이 말이다. 


가평 어머니의 텃밭에서 수확한 미니당근

#당근이란

뿌리를 식용할 수 있는 야채들을 총칭하는 뿌리채소류, 근채류 종류 중에 하나인 당근은 중앙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는 12세기경 아랍으로부터 스페인에 전파되어 13세기에 이탈리아, 14세기에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로 확산되고, 15세기에 영국에서 재배가 시작됐다고 한다. 미국에는 1565년경 도입됐다. 중국의 경우에는 원나라(1280-1367) 초기 중앙아시아에서 전래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도입이 되었다고 하지만 정확한 도입 연도는 불문명 하나 이사벨라 버드 비숍 1894년~1897년 까지 한국에 대해 기록한 저서인 [조선과 이웃 나라들]을 보면 우리가 먹는 식재료 중에 당근도 포함이 되어 있다. 그 전엔 음식으로써 문헌이나 고서에 당근이 기록되어 있지 않은걸 보면 1894년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시대에 당근이 우리에게 식자재로써 활용된 걸로 추정을 한다. 하지만 한국에 가장 오래 전해져 오는 의방서 중에 하나인 [향약구급방]에 1236년에 약재로써 당근에 대한 명시가 되어있다. (당근, 홍당무는 말이나 당나귀처럼 가축이 먹는 야채로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당근에는 베타카로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항산화, 항암작용뿐만 아닐 면역계 질환에도 효능이 있다. 이 베타카로틴은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면 비타민A가 되는데 사과와 함께 먹으면 맛과 영양 효소가 배가 된다


#당근 맛있게 먹어보기

당근이 맛없게 느껴졌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식감 때문이라고 생각을 한다. 한식은 반찬을 함께 먹는 문화인데 당근이 주가 되는 한식 반찬은 없다. 익으면 비슷한 식감인 ‘가지’ 마저도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데 당근은 그런 요리가 없다. 그래서 갈비찜에 넣고 닭 볶음탕에 넣고 카레에 넣고 고기가 익을 때까지 함께 푹 고아 으스러지는 그런 물컹한 식감의 당근을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먹어온 거라 생각한다. 푹 찐 당근 말고 다음으로 접했던 당근은 바로 주스로 만들어 먹는 방법인데 이건 그대로 꽤 괜찮은 맛이다. 사과와 요구르트 같은걸 같이 넣어 갈아주면 새콤하고 산뜻한 맛이 난다. 우리는 이렇게 까지 당근을 먹는 이유가 무얼까? 바로 건강에 좋은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럼 이 당근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한번 적어보자. 나는 당근의 참 맛은 익히지 않고 먹었을 때라고 생각을 한다. 얇게 채 썬 당근에 약간의 소금, 설탕을 뿌리고 향이 좋은 올리브 오일을 버무린 후 레몬즙을 살짝 뿌려 먹으면 그 심플한 당근 샐러드 만으로도 화이트 와인을 한병 마실 수가 있다. 3cm 주사위 모양으로 당근을 썰어 준 후 버터와 바질 소금을 넣은 물에 5 분간 삶아주면 딱 속은 심지가 남은 당근이 되는데 이걸 식혀 준 후 차가운 오일에 버무려 비슷하게 썰어준 사과와 함께 먹으면 괘 괜찮은 반찬이 된다. 버터에 잘 익힌 당근은 고소한 옥수수 맛이 혀끝에 돈다. 포장마차에 가끔 생 당근이나 오이를 초장과 함께 기본 찬으로 주기도 하는데 사실 취하면 초장에 찍은 당근 만한 것도 없다. 어느새 왼손엔 잔을 오른손엔 당근을 쥐고 아작아작 씹고 있으니 말이다. 


당근 누들, 당근 퓌레, 으깬 당근을 넣은 당근 샐러드

#당근 샐러드 만들기

-재료

당근 1/4토막 , 사과 1/4ea , 소금 한 꼬집, 설탕 반꼬 집, 엑스트라 올리브 오일 50ml, 레몬즙 10ml

레몬 제스트 some , 바질 1장 , 호두 2알

-만들기

-당근과 사과는 채 썰어 준 후 소금과 설탕을 뿌려 준다.

-호두는 팬에 살짝 볶아 준 후 식혀 거칠게 다져 준다.

-올리브 오일과 레몬즙, 레몬 제스트, 다진 바질을 섞어 준 후 당근과 사과에 버무려 준다.

-샐러드를 접시에 담고 다진 호두를 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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