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농장
아스파라거스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채소이다. 3년을 키워야 먹을 만한 크기로 성장하는데, 겨울 내내 꾹 참고 올라온 그 줄기를 가지런히 잘라 살짝 데쳐 먹으면 기다림의 은은한 단맛이 난다.
3년쯤이야 뭐 그 맛을 위해서라면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하늘이 더욱 푸르게 되는 5월은 고개를 내밀던 작은 꽃과 허브, 야채들이 더욱더 풍성 해지고, 그 싱싱한 채소들을 손질하는 나 같은 요리사들도 무더운 여름을 준비를 하는 단단한 시기이다. 그 5월 중 유독 한창 맛있을 채소가 있다. 겨울 내내 땅속 깊이 뿌리를 단단히 숨겨놓고 봄이 되면 슬며시 고개를 드는데, 3년 동안 키워야지만 비로소 먹을만한 크기로 자라는 바로 아스파라거스이다. 한 때는 백화점이나 큰 식자재 마트 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 아스파라거스를 이제는 동네 근처 마트나 시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가 있다. 국내에서도 고품질의 아스파라거스를 생산한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건 요리사로서나 그냥 일반 소비자 로써나 너무나도 반갑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구하기는 쉬워졌으나 아스파라거스는 아직 우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채소이다. 나처럼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흔하게 접하는 채소이겠지만 고작 몇 가닥 줄기에 오천 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아스파라거스는 아직 저녁 밥상에 오르기에 어머니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가격에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맛은 전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의 녹색 야채들인 철을 잘 잡은 애호박이나 브로콜리 같은 경우는 이미 개당 1000원~1500원 정도가 된 지 오래이다.
가격 적인 면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맛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들이 녹색 야채들을 접하는 방법은 들을 살펴본다면 두릅이나, 샐러리, 오이, 브로콜리 같은 것들은 데친 후 초장에 찍어 먹거나 샐러드에 생이나 살짝만 데쳐 곁들여 먹는 방법들이 있고, 애호박이나 쥬키니, 마늘종 같은 것은 무침 같은 조리법을 사용해서 먹는다. 물론 더 다양하게 활용할 방법들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가정집 식탁에 오르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바이다. 소고기와 볶아 먹기에도, 볶음밥에 넣기에도, 무침을 하기에도 다른 야채들에 비해 가격이나 맛이 그다지 매력을 못 느끼는 부분이 가장 클 수도 있다. 스테이크나 파스타에 곁들이는 요리로는 금상 천화이나 한식으로 초장에 찍어먹거나 건새우와 함께 무침을 해 먹기에는 사실 망설여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런 사소한 문제들만 해결을 한다면 이제 동네 시장에서도 자리를 충분히 잘 잡아가고 있으니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만 잘 찾아 전파되면 아스파라거스도 우리들의 밥상에 더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은 취미 생활로 가평에서 텃밭을 일구신다. 주말 농장 개념인데 이게 어느덧 일이 커져서 배추를 200포기씩 재배해서 김장을 하는 가족 단위의 행사가 될 정도로 취미생활을 잘 즐기신다. 해마다 고추, 깻잎, 호박, 가지, 감자, 배추 들은 음식점을 하는 내게도 도움이 될 정도로 가져다주신다. 3년 전에 아스파라거스 씨앗을 구할 수가 있어서 한번 부탁을 드린 적이 있는데 그게 어느덧 자라 올해 봄부터는 내 가게 손님에게 서비스로 줄 정도 크기가 되었다. 여린 아스파라거스의 껍질을 벗기지 않고 살짝 버터에 볶아 대접해 드리니 먹으면 식감도 좋고 맛이 달다 하신다. 아스파라거스 외에 딜, 한련화, 챠빌, 로즈메리 같은 키우기 쉬운 허브들은 이미 재배해서 사용하기 오래전인데, 어머니가 모아 오신 그 연필 굵기의 작은 아스파라거스들은 정말 3년의 사랑 덕분인지 시중에서 구하는 아스파라거스보다 훨씬 단 맛이 돌았다.
요리사로서 좋은 재료, 신선한 재료를 얻고자 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유럽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같은 곳은 특수한 허브나 야채 같은 것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농장을 운영하는 곳들도 많다. 농업, 어업 같은 1차 산업 생산자 분들과 요리사는 어찌 보면 운명 공동체이다. 텃밭에서 식탁까지 정직하게 요리되는 야채가 맛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수익에 안나는 시장이기에 농부들이 희생을 하며 이런 특수 야채 재배에 뛰어들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몇몇 특수 야채 농가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훌륭한 야채들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농가들이 몇 없다 보니 생기는 단점이 있는데 레스토랑들이 그 한정된 특수 야채 농가에서만 특수야채들을 구매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같은 곳에서 같은 야채들만 받아 사용하는 레스토랑들에 경쟁력과 매력이 다소 떨어지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 요리사의 개성이 접시에 표현되듯 재배한 작물들의 모양, 맛, 환경 또한 농부에 개성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야채들을 개성 있고 맛있게 만들어 대중들이 조금 더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소비가 원할하게 시장이 커질 수 있게 만드는 것 또한 요리사들의 책임 아닐까 싶다.
아스파라거스는 아삭하고 채 즙이 풍부하며 첫맛은 살짝 씁쓸한 맛이 날 수도 있으나 신선한 완두콩 같은 단맛이 난다. 있는 그대로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조리법을 사용하는 걸 권장한다. 살짝 데쳐 샐러드에, 버터와 오렌지 제스트를 넣은 채수에 데쳐 먹던가, 그릴에 구워 살짝 불 향을 내는 것도 좋다. 소고기와 함께 먹기에 궁합이 참 좋은데 함께 강한 불에 볶아 먹거나 소고기로 돌돌 말아 미나리로 묶어 샤부샤부에 담가 먹는 것도 참 좋다.
아스파라거스 4~5개, 계란 2알, 블랙 올리브 2알, 방울토마토 2알, 훌렌 다이즈 소스, 양송이버섯 2 개 , 버터 1Ts, 소금 some , 식초 50ml 물 1L
-아스파라거스는 머리 기둥 밑으로 껍질을 벗겨 준 후 소금물에 데쳐 식혀 준다.
-끓는 물에 식초를 넣어 준 후 계란을 넣어 수란을 만들어 준다. 팔팔 끓이지 않고 계란은 약 3분가량 익혀
반숙을 만들어 준다.
-팬에 버터를 두르고 버섯과 블랙 올리브를 넣고 볶아 향을 내준 후 아스파라거스를 넣어 노릇한 색을 내준다.
-접시에 아스파라거스를 담고 수란을 올리고 훌렌다이즈 소스와 버섯, 방울토마토를 올려 마무리한다.
화이트 와인 100ml , 계란 노른자 1알, 다진 양파 1ts, 파슬리 줄기 some, 설탕 1/2ts, 레몬즙 some,
정제 버터 1Ts
-화이트 와인과 양파 파슬리 줄기 설탕을 넣고 끓여 반으로 줄여 준 후 체에 걸러 리큐어를 만든다.
-화이트 와인 리큐어에 노른자를 넣고 70~80도 끓는 물에 중탕으로 휘핑해 준 후 농도가 나오면 레몬즙과 정제 버터를 넣고 훌렌다이즈 소스를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