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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겨진 것들

(1) 상(喪)을 만나다

by 페이칸

내 호주머니 속에 있던 신용카드가 없어졌다.

다른 쪽 주머니를 찾아보고 또 다른 쪽을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간걸까, 분명 왼쪽 바지 주머니에는 항상 신용카드 여러개가 있었는데 몽땅 없어진 것이다. 그제서야 '분실'을 인정 해야 하는 자괴감으로 가슴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이곳으로 무거운 짓누름이 빨려 들면서 동시에 뿌리친 순간 눈이 떠졌다. 꿈이었던 것이다. 머리맡의 폰이 진동하고 있었다. ○○요양병원이란 글자가 점멸 되고 있었고 나는 잠결에 쳐진 눈을 부비고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님 보호자 이신가요? ○○○님 지금 많이 안좋으셔서 병원에 오셔야 할것 같아요."

간호사의 차분하면서도 떨리듯 앳된 소리가 전해져 왔다.

"그래요? 네.... 알겠습니댜"

"혹시 얼마나 걸리세요?"

"1시간 30분 정도 걸릴거 같아요"

"네 그전에 안좋을수도 있으니 서둘러 오세요"

아직 컴컴한 아침 5시였다 .한기를 느끼며 나는 손에 잡히는대로 옷을 줏어 입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성산대교를 지나 내부순환도로에 진입해서야 손 끝으로 전해지는 떨림이 어느정도 진정 되는 것 같았다.

'괜찮아지겠지....'

얼마전 멀리 사하라 사막에서도 산소포화도가 내려 추가 약물을 주입하겠다는 "통보"를 받았었고 곧이어 괜찮아졌다는 "보고"를 전해 들었던터라 경험이 날 자위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어두컴컴한 아침이 계속되고 있었다.병원에 주차하고 4층으로 들어서자 그 앳된 소리의 간호사가 목례를 하고는 조심 스럽게 입을 열었다.

"○○○님께서는 10분전 쯤에 눈을 감으셨어요 '

'아'

고요한 병실에 잔잔한 물결이 일고 그 포말이 내게 몰려 오고 있었다. 깊은 잠에 빠진듯 반듯하게 누운 당신의 이마에는 아직 온기가 돌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쯤 어디에 숨어 나를 보고 있을까 주위 천정을 둘러 보며 입을 굳게 다물고는 병실을 나왔다. 어깨에 남은 하나의 동아줄 마저 뚝 끊기며 나는 내 삶의 한세기가 끝 난 것이라고 생각 했다.

7살에 모친을 여의고 계모 밑에서 눈칫밥 먹고 살았던 그래서 늘 사랑에 굶주린 커다란 구멍을 야망으로 채우던 시절, 받지 못해 줄 줄도 모르는 따듯함을 고집으로 감추며 가족애 조차 남기지 못한 당신의 라이프 테스티모니도 이제 종영 된 것이다.


뒤이어 간호사는 천천히 영안실과 장례식장을 알아 보라며 의자를 권했다. 하지만 나는 무엇 부터 해야 할지 망설이기만 했다. 상의할 누군가도 없이 이제 나 혼자 모든것을 결정하고 정해야 했다 . 반드시 다가오는 시간과 예상되는 순간에도 계획이 없이 나는 왜 외면 했던 것일까. 우선 부친이 다니던 교회로 전화를 걸어 부고를 알렸다.

남은자들의 잔치일 뿐이라며 장례식을 부정 했던 내 모습은 접어 두고 어느새 남들 하는대로 장례식장을 정하고 있었다.

"지금은 자리가 없는데 오늘 아침 지나면 가능합니다 . 그 이전에 미리 오셔서 영안실로 운구 하는건 괜찮을거에요. 상조가 없으시면 저희가 운구차를 병원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가까운 곳에 ㅇㅇ병원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으로 정하고 나니 어느덧 밝아온 새로운 아침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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