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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것들 3

(3) 喪에서 만난 인연들

by 페이칸

맞은 편 1호실 담벼락에는 화환이 하나 둘씩 늘어 갔다. 내노라 하는 기업 부터 알만한 유명인의 이름을 도색한 리본을 날리며 하나 둘씩 늘더니 이제는 담벼락 끝까지 도열 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한개 덩그러니 놓여 있던 이쪽 화환은 기를 쓰고 맞은편 화환의 인해전술을 견뎌 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틈을 지나 화장실을 다녀 오면서 그 한개의 화환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화환이 없어 졌는데요?"

"네?"

사무실 직원은 황당 해 하며 서로 쳐다 보더니 cctv를 돌려 보기 시작 했다.

"이거 맞아요?"

화면에서는 1호실 누군가가 나와서 2호실 화환을 안으로 들여 놓는것이 보였다.

"네 이거 맞는데요? 그런데 이걸 왜 가져가는 걸까요 ?"

"정말 이거 2호실 화환 맞는 거죠?"

직원은 담벼락 끝까지 도열 되어 있는1호실 화환을 바라보며 내게 다시 확인 했다. 그리고는 1호실 안으로 들어 가더니 화환을 들고 2호실 앞에 세워 놨다.

"1호실 건 줄 알았대요. 1호실 앞에 놓을 자리가 없으니까 2호실에 놓고 간줄 알았다고 ... " 하며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 9개를 가진 자는 나머지 한개도 자신의 것으로 착각 하는 모양 이었다 .


형은 의자에 앉아 그때 부친이 그랬듯이 멍하게 영정을 바라 보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것을 부친이 맘대로 한다며 평소 불평 이었지만 정작 부친이 입원 하고서는 자신이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없다는걸 절감 하기는 했는지도 모르겠다.

" 이젠 형도 형의 인생을 살아야지. 어쩔수 없어. 언젠가는 누구나 다 떠나게 되는거야. 받아 들이고 적응 해야지 .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두번이나 반복해서 톡을 보냈었다. '그래" 형은 쉽게 인정하고 쉽게 잊어버리고 미안 해 했다. 어쨌든 이젠 내가 형의 보호자가 된것이다.피를 나눴다는 이유로 그가 형이고 내가 동생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보호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부모님은 무엇을 했던 걸까 , 당신의 큰아들이 사회에 적응하도록 자립 하도록 해야 했건만 필히 공존하는 악어새 마냥 내버려 둔건지 할 줄 아는게 거의 없었다. 당장 하루 세끼를 해결 하도록 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재활 센터를 알아봐야 했고 요구하는 많은 서류도 준비하고 면접도 보고 승인을 받고서야 속옷, 외출복, 내복, 양말, 세면도구등을 챙겨서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나는 "일"을 하러 떠난 것이다 . 1개월 귀국 후 형을 다시 봤을때는 몰라보게 얼굴에 화색이 돌고 밝아 있었다 . 반가움의 웃음을 참느라 애쓰는것이 보일 만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잘 지냈느냐는 나의 말에 형의 첫마디는 이랬다. "여기 밥이 참 맛있다 ."


"혹시 너의 숙부 한테 연락 해 봤니 ?"

소식을 듣고 달려 온 이모부의 입에서 그동안 해서는 안되는 금지어 같던 단어 ' 숙부'란 단어가 오랜 세월 창고에 두고만 있던 박스를 열어 보는 순간 처럼 내게 들려 왔다.

"아뇨...연락 안하고 산지 오래 됐어요...모친이 가시던날 사촌에게 연락을 했었는데 보지 말자고 하더군요.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저도 더이상 말았죠."

"그래도 연락 해 봐, 안해서 후회 하게 되는것 보다는 나을 수 있어. 왜 연락 안했냐고 할수도 있잖아 ?"

하지만 전화 신호음만 들릴 뿐 전화 연결은 되지 않았다. 이모부는 전번을 알려 달라 하며 자신이 연락 해 보겠다고 전번을 적었다 .이생에 태어나 우린 부모와 연을 맺어 태어나고 그 형제들과 피를 나누게 되지만 떄로 배 다른 형제를 만날 수도 있고 계모를 만날 수도 있는 인연도 있다. 핏줄의 구심점이 었던 할아버지가 가시고 난 후 더 이상 가족 일 필요는 없었는지 이후로 부터 왕래가 없게 된 것이다.


다음날 아침 숙부님이 오셨다.

"훈아 솔직히 말할께, 내가 이렇게 산다..." 그동안의 빈 시간을 메우듯 얘기는 끝이 없었지만 나는 허공을 쳐다 보며 속으로는 그러나 '업'이라며 천륜을 끊고 산다는 자식들을 욕 할수 만은 없었다. 먼저 가신 숙모님이 오죽했으면 너희들 세대 만큼은 그동안 모질게 살았던 시집의 연을 물려 주고 싶지 않아 유언으로 까지 남겼을까 싶었다.


"왜 교회 공동 묘지로 모시지 않으세요 ?"

전도사는 입관 예배를 마치며 궁금 하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저희는 수백만원을 들여 교회 묘지로 들어갈 여유가 없습니다 ."

전도사는 부목사와 나를 번갈아 쳐다 보며 의아 한듯이 되 묻는다 .

"수백만원요? 그런게 있나요? 교인이면 다 될텐데요 ?"

"지난번 어머니 가실때 교회 묘지 들어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당시 전도사가 그러더군요, 여기 들어 가려면 '헌금'이 필요 하다고요. 자리가 없다나요? 무연고 묘나 관리 안되는 묘를 파서 이장 하고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고요. 자리가 없다고 하던데요? " 정말 자리가 없는거냐며 나는 두번이나 반복 해서 되 물었다 .

" 아닌데 ... 그럴리가요 ..."

잘모르는 듯 했다. 새로 부임 했는지 당황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것 같았다 .

"어린 시절 부터 수십년을 헌신 하며 교회에 다니셨는데 어머니 같은 분을 위해 준비 된 묘지 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요 ." 마치 그 교회를 아직은 잘 모르는군요 하듯 덧붙이며 말 했다.

처음 영정 앞에 들어 올때 부터 가르치듯 내게 말하던 그 의기는 이제 없어 보였다 .

"집사님 기독교 식으로 하실 거 아니세요? 그럼 저기 향은 치워야 하고요. 이건 불교식이에요. 국화꽃을 30송정도 준비 하시고요. 그리고 아버님 보시던 성경책을 올려 놓으세요. 바로 입관 예배가 시작 되니 우선 제 성경책을 올려 놓고 향은 밑으로 치우겠습니다 ." 말문이 막혔지만 그렇게 정리하는 움직임이 신기 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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