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 뒤 씁쓸한 그림자

by 시크매력젤리

스물두 살인 딸과 단 둘이 여행은 처음이다. 딸과 여행을 한다면 평소 하지 못했던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 둘만의 여행을 가게 되었다.


토요일 전주에 도착했다. 전라북도 전주라 하면 시골이라 생각했다. 논과 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듬성듬성 주택들이 있을 것 같았다. 생각과는 다르게 도시였다. 잘 정돈된 도로와 높은 건물들이 눈에 보였다. 숙소에 가기 전 헌책방에 들러서 책을 샀다. 다른 도시까지 여행 와서 책을 사다니 가방이 무거워져서 다음부터는 부피를 차지하는 무게가 나가는 것은 구입하지 않으리란 다짐이 절로 들었다. 숙소로 가는 길 삼삼오오 가족들과 연인 친구와 함께 여행 온 사람들이 줄지어 다닌다.


밤이 되니 한옥마을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고 한복을 예쁘게 입고 활짝 웃는 모습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경기는 불황이라고 하던데 이곳은 다른 세상 같았다. 전주는 한옥마을이라는 지역의 특색을 살려 지역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 속에 추운 겨울 길바닥에 앉아 구걸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옆쪽으로 펼쳐진 상자에는 백 원짜리 동전 몇 개와 천 원짜리 서너 장이 놓여 있었다.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도와주는 손길은 없었다. 밥 한 끼 해결하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복지가 잘 되어 있어서 사회에서 소외된 분들도 살 수 있게 해 줄 텐데 이곳까지는 손길이 거쳐가지 못했던 걸까. 노숙자를 보면서 살려는 의지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텐데 삶의 희망을 놓아버려 의지가 없어진 듯하다. 아무런 의지가 없다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의 삶이 너무 버거워진 걸까. 손도 댈 수 없을 만큼 헝클어져 빗으로도 빗기지 않을 기름진 머리와 허름한 옷차림 추위를 견디기 위해 덮고 있던 솜이불. 스쳐 지나가는 사람을 올려다보는 눈빛. 아무런 관심 없는 사람들 속에 그 추운 시멘트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관광지라는 화려함 뒤 씁쓸한 그림자를 보는 듯한 노숙자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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