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이혼을 꿈꾼다

by 시크매력젤리

"네가 먼저 시골집에 내려가 보자고 해도 되잖아"


"나는 며느리고, 당신이 아들이야"


이 한마디가 남편 입을 꾹 다물게 만들었다. 맞는 소리긴 하지만 서운하다는 이유에서이다. 오십이 넘었는데도 남편은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입을 꾹 닫아버린다. 집안에 걷히지 않는 자욱한 안개가 짙게 깔려 있는 것 마냥 침묵과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때부터 인상을 쓰기 시작한다.


남편이 침묵으로 그 모든 걸 일관할 때, 나는 내 할 일을 한다. 밥상을 차려주고 출퇴근 시 현관 인사를 꼬박꼬박 빼놓지 않고 한다. 아이를 낳고 산 지 이십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권위적인 남편은 자신을 내세우기 바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를 때 문제 원인은 항상 내게 있는 것처럼 지적했다.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집 분위기를 조금만 건드려도 '펑' 터질 것처럼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마냥 아이들도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함께 살면서 늘 이런 긴장 상태를 유지해 왔다. 남편의 성질을 어느 정도 파악된 후엔 맞추려고 노력도 해 봤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이럴 때는 몸을 낮추고 남편 기분이 풀릴 때까지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절대 큰소리 내며 싸우지는 않는다. 그러면 어느 정도 날짜가 지나면 스스로 기분이 풀려서 말하기 시작한다. 이게 내가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어휴,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알 수가 없다. 답답하고 속 터지는 건 나다. 물론 결혼 생활은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희생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건 나도 안다. 이럴 때마다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감은 불쑥불쑥 내 머리를 쑤셔 놓는다.



과연 시댁에 가고 싶어서 먼저 가자고 말 꺼내는 며느리는 몇이나 있을까!

이혼하지 않고 사는 동안은 의무라 생각해서 먼저 시댁에 가자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며느리로서의 의무 아내로서의 비위 맞추기.


아직도 시댁이라는 곳이 불편하다. 전화로 안부 전하는 것도 불편하다. 시댁은 그저 이방인을 대하듯 나를 대해왔다. 사람은 상대방이 베풀어 준 만큼 베풀게 돼 있다. 나는 성직자가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에게 베풀고 싶은 마음뿐이다.



자아가 있는 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무조건적으로 누르고 억압하는 건 생각의 자유를 박탈하고 '항상 나는 너의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라는 권위적인 행동들. 이십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 이 상황이 버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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