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터널
한 남자가 서있다.
보이지 않는 빛을 찾아 오늘도 그는 불안에 떨고 있다.
터덜터덜 발걸음에 힘없이 늘어진 팔은 왠지 모를 삐걱거림마저 느껴진다.
한 걸음 내디딜 적마다 앞으로 쏟아질 것 같은 굽은 어깨와
어지간해서는 펴지지 않을 거북이처럼 튀어나온 목은
그 남자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초점을 잃은 멍한 눈동자와 겹겹이 쌓여 올려져 버린
어깨를 짓누르는 힘겨움마저 자신의 몫이라 생각된다.
근심 걱정이 많다.
걱정을 사서 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입술을 꾹 닫은 채 입속에서 휘몰아칠 것 같은 숨소리가 침묵을 타고 흐른다.
풀리지 않는 막막함으로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을 켠다.
오늘 하루가 그에게 어떤 초조함을 안겨줬는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지치고 늘어진 몸을 소파에 기댄 채로
초점 잃은 눈은 영상을 보고 있다. 그저 멍하니 움직임에 눈동자는 꽂힌다.
어깨 위 무거운 짐은 버겁기만 하다.
내려놓을 수 없는 짐만 가득하다.
빛으로 걸어가고 싶다.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이 어둠이 끝나기만을 그저 공허한 눈으로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