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이 있다.
내 몸인데도 내 몸이 아닌 듯
무겁게 짓누르는 설악산 흔들바위처럼
덜커덕덜커덕 거리는 고철 덩어리 같다.
고양이 젤리처럼 그저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자고 싶으면 자고
자동 급식기에서 스테인리스 밥그릇으로 부딪치는 사료에
재빠르게 반응하며 달려가 허기진 배를 채운다.
몸이 반응하는 데로 그냥 하루를 채워가는
고양이 젤리가 오늘따라 마냥 부럽기만 하다.
오늘만 아무 생각 하지 않고
흘러가는 구름처럼
시간을 쓰기로 한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런 날도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