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상처는 외로움의 흔적이었다. 그 흔적들이 그녀의 다리를 수없이 채우고 있다.
계단을 오르다 넘어져서 생긴 정강이 상처는 세로로 깊게 파여 피가 흘렀다. 어릴 적 씻기 위해서는 연탄불 위에 물을 데워야 했다. 씻기 위해 찬물과 섞는다.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오른쪽 발등으로 물이 튀었다. 발등은 금세 새하얀 물집으로 부풀어 올랐다. 오백 원 동전보다 더 크게 화상 자국이 남았다.
넘어져 무릎에 피가 흘러도 뜨거운 물에 데어도 어느 누구 하나 말을 건넬 사람 없다. 그저 자신의 상처이기에 혼자 감당해야 했다. 다리의 수많은 상처뿐 만 아니라 마음의 고통 또한 그녀의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들어주질 않는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희미해진 흔적보다 더 많은 고통이 가슴에 자리 잡고 있다. 살다 보면 뚫린 상처가 하나씩 하나씩 메워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자리 잡고 있던 상처가 한없이 커질 때면 가슴엔 바람 소리만 귓전을 훑고 지나간다. 그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없다. 소리 없이 지나가길 기다릴 뿐이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곳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그녀의 아픔도 끝맺음하는 날이 올 것이다.
까만 색깔의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밝은 톤의 피부였다면 그녀 다리의 흉터는 적나라하게 눈에 보였을 것이다. 마음엔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던가.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 누구나 보이지 않을 뿐이고 말하지 않을 뿐 마음에는 검은 색깔로 덧칠한 채 하루가 지나가고 있을 것이다. 늘 많은 사람과 함께였던 그녀는 언제나 혼자였다.
그녀는 삶이란 늘 혼자라는 걸 잊지 않는다. 하지만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마음에도 누구도 알지 못할 단단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