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를 가르며, 바람처럼 지나가는 많은 삶은 지하철로 모여든다. 역사 가까이 오자 버스는 사람들을 지하철역 앞에 내려놓고 가볍게 떠난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발걸음들이 서로를 스치며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 표정마저 바쁜지, 무표정한 얼굴들은 모두 같은 가면을 빌린 듯하다. 무표정해 보이는 얼굴들 사이로도, 오늘을 잘 건너가 보려는 마음이 조용히 빛난다.
저들은 이 시간 어디로 향해 가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몸을 움직이고 걷는 걸까. 그 사람들 틈에 끼어 이동한다. 에스컬레이터에 두 발을 단단히 얹고 오른쪽 손잡이를 잡는다. 내 옆으로 바람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의 급한 숨이 살짝 닿는다. 모두가 자기 자리로 가는 길, 나는 내 속도를 지킨다.
때맞춰 역사로 들어오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조금 더 뛰어본다. 사람이 없는 가장자리에 앉는다.
지하철은 출발하고 일터로 가는 내 몸도 슬슬 시동을 건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얼굴에도 입꼬리 올리는 표정을 만들어본다. 오늘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내게 말한다. 지하철이 움직이는 내내 스마트폰에서 눈을 뗄 수는 없다. 이거라도 쳐다보고 있어야 편안함 안정감이 느껴지는 건가. 갈 곳 없는 눈은 스마트폰 화면을 외면하며 눈을 감아본다.
두 번째 정거장에서 항상 같은 여자가 앉은 앞자리로 와서 자리를 잡고 선다. 그녀는 내가 어디에서 내리는 줄 알고 있다. 그래서 항상 내 앞에 서서 자신이 앉을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린다. 8시 36분 내릴 역에서 맞춰놓은 알람이 울린다. 정차역 안내방송이 나온 뒤 일어서서 문 앞에 선다. 문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내린다. 스마트폰에 시선이 머문 느린 걸음을 보면 잠깐 답답해지지만, 금세 호흡을 고른다.
차가운 공기가 역사 밖에서 기다린다. 계단을 오르며 숨이 조금 가빠지지만, 허벅지에 차오르는 힘이 오늘도 나를 들어 올린다. 제각각의 옷깃 사이로 스치는 바람이 상냥하다. 이렇게 또 하루의 노동이 시작된다. 나는 내 자리에서, 천천히 하루의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며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