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삶의 또 다른 이름

by 시크매력젤리



일요일 오후 책상에 앉아 책을 읽다가 졸음이 밀려온다. 천하장사라도 들어 올릴 수 없는 눈꺼풀에 잠깐만 잠 속으로 빠져들기를 결정했다. 졸음이 올 땐 침대에 눕지 않으려 노력한다. 침대에 누워서 자다가는 끝없이 잠 속으로 빠져서 일어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항상 들었다. 휴일에도 내 역할은 있기에 잠만 늘어지게 잘 수 없는 몸이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뜬 시각은 오후 다섯 시 십오 분이다. 내게는 누군가의 밥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잠을 계속 자고 싶지만 저녁밥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스멀스멀 피워 오른다.

아. 밥 좀 안 하고 살 수 없나.


남편은 거실에서 코를 골며 단잠에 빠져 있다. 아이들 또한 각자의 방에서 침대에 누워서 휴식하는 시간이다. 누구도 쳐다보지 않은 TV는 잠든 남편 앞에서 혼자서 떠드느라 지쳐 보였다.


'아. 나도 누군가 해 주는 따뜻한 밥 먹고 싶다'라는 생각과 일어나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만 들 뿐 몸은 좀처럼 일어나지질 않는다.


누군가의 밥을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누군가의 노동으로 차려지는 한 그릇.

이 수고로움을 언제까지나 해야만 하는 삶.

살아 있는 한 먹어야 하는 끼니.

내 입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밥을 차려야 하는 아이러니.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한 끼.

이게 내 역할이자 여자의 삶이겠지.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밥의 무게.


알아달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밥이라는 이 자체를 그저 노동없이 얻어지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마음의 조그마한 고마움을 느껴준다면 좋으련만.


밥을 한다는 건 단순히 쓸모로만 환원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곧 삶의 연장선이다.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으니까.

여자에게 주어진 이 무게의 의미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삶의 노동, 밥, 당신에게는 어떤 무게로 다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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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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