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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n 08. 2022

꼭 1월 1일을 기다릴 필요 없어

시작하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베트남 하노이에 한 달 정도 머물렀다. 이번뿐 아니라 이전 여행지에서도 갖은 핑계를 대며 생각한 것보다 긴 시간 늘어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를 보며 산책을 미룬 순간이 너무나 많이 쌓였다. 한쪽에 밀어 두고 있다 보니 진짜 안정을 찾아야 할 때가 되자 잠시 헤맸다. 중간중간 비우고 정리할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그래서 5월 끝자락 한밤 중 미라클 모닝과 같은 모임을 찾아 결제해두었다. 내 인생의 많은 도전 대부분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아득한 밤에 만들어졌다.


무기력의 원인을 찾다 보니 나 자신과 잘 해결되었다. 당분간 버겁게 느껴지는 긴장감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런데 무심코 본 달력에 ‘05:00 미라클 모닝’이 쓰여있는 게 아닌가? 내가? 미라클 모닝을? 온전히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일주일 정도 손가락으로 콕 찍어 맛만 봤던 거였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기 위해 일찍 끈 방 불을 다시 켰다. 책상 위가 어지럽다. 언제 뒀는지 모를 각종 영수증과 공항을 오가며 사용한 서류 같은 것들을 정리했다. 몽롱한 상태에서 사용할 노트북과 아이패드만 세팅해두었고 이참에 걸려있던 옷가지도 캐리어에 정리해 넣었다.


그러고 보면 매년 새해 다짐을 하고 한 두 달이 지나면 쳐다보지도 않는 패턴이 있었다. 게다가 연말과 새해 즈음 구석구석 청소하며 강박적으로 정리하던 때도 있었지. 그런 강박을 덜어낸 줄 알았는데 물리적 ‘새해’만 여유 있는 척 넘길 뿐 아무 때나 스스로 ‘새해’라는 이름을 붙이고 더욱 자주 시동을 걸고 있다. 그렇게 이번에는 6월을 기점으로 나만의 새해를 맞이했다. 꿈같은 첫날이었다. 한창 더웠던 날들을 뒤로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희한하게 날이 좋으면 그 순간이 꿈결처럼 느껴진다. 물론, 잠이 덜 깨기도 해서 ‘새해 첫날’의 기억은 더욱 좋았다.


저녁엔 운동 인증 모임이 있었다. 평소 팔로우해 두었던 ‘원더​’ 님이 호스트로 있어 스토리 보다가 스르륵 신청해두었다. 전혀 모르는 다른 참가자들과 프로그램 지원 동기를 나누다 보니 잠시 지쳐있던  잊을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PC 접속해 카메라로 비친  모습을 보며 운동하는데 생각보다 자세를  잡도록 도와주어 무리하고 말았다. 글을 쓰는 지금도  쓰던 어깨를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여행을 핑계로 늘어져있던 일상을 팽팽하게 만드는   일조를 했다.  4 최소 15 이상 인증할 예정이라, 그러니까.. 오늘 새로운 곳에 가자마자 운동을 해야 한다.


여행 중간중간 가라앉는 나를 구한  온라인을 통해 연결된 모임들이다. 와글교​, 영산매​, 윌로 ​, 미라클 모닝 그리고  시작할 아침 독서 모임까지. 여기에 가끔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니 숨통이 트인다. 피로감은 더해졌지만  이상의 가치를 몸으로 직접 느낄  있다. 어디서나 연결될  있다는 확신, 변하는 환경  단단히 버티게 하는 것들을 꾸준히 지키고 싶다. 종종 그것들이 잠깐 사라져도 혼자 버틸  있도록. 그렇게 있다 보면  어디선가 만나겠지,  모양이 새롭던 익숙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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