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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n 21. 2022

식은땀 나게 아픈 것, 화상이란

아프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한국행 티켓을 끊어두고 동당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던 때였다. 일어나지 않은 일 상상하느니 덜 아쉽게 보고 싶은 걸 보기나 하자, 라는 마음으로 나가 바이크를 불렀다. 프로모션 티켓을 아낌없이 주는 덕에 줄기차게 이용한 비(be). 마지막도 잘 써보자 생각하며 올라타려는데 바이크 엔진(의사 선생님이 무슨 용어를 썼는데 기억이 안 남)에 종아리를 데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우선 여행을 이어가려 목적지로 향했다.


오, 조금 따끔한데?


상처를 보니 껍질이 벗겨져있었다. 믿기 힘들어 모른 척하려다 약국을 찾아 들어가 연고를 샀다. (병원에 가거나 호텔에 가서 냉찜질이라도 했어야..) 카페에 들어가 연고를 바르고 시간을 보냈다. 꼭 또 와야지 했던 곳이었는데 마침 비도 오기 시작해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심지어 저녁에는 친구를 만났고 숙소로 복귀할 때 또 바이크를 탔다. 상처 위 연고를 잔뜩 바른 뒤 베개에 다리를 올려두고 잤다. 다음 날, 미루고 미룬 짐 싸기를 해치우고 공항으로 향했다. 이때부터는 상처를 도저히 모른 척할 수 없었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필 직항이 아닌 경유를 선택한 와중에 더운 날씨에 지쳐있던 터였다. 마침내 한국에 입국해 혹시 진료를 받지 못할까 확인 후 병원으로 향했고 상처를 마주했다. 의사 선생님은 아주 나긋나긋하게 상처에 대해 말씀해주시며 드레싱을 위한 사전 작업을 하셨다. 주변 피부를 깨끗하게 닦는 일. 아무 정신없이 멍 때 리던 나는 가만히 선생님의 설명을 듣다 “정말 아파요”라는 말에 얼마나 아프길래 그러지? 하고 물음표를 떠올렸는데 식은땀 나게 아팠다.


정수리까지 짜릿했던 아픔, 직후 이어지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걸어 나오는데 목발 짚어야 하는 거 아닐까 싶었다. 눈물이 속눈썹에 맺히려 할 때 의사 선생님과 견주기 힘들게 다정한 간호사 선생님이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알려주셨다. 이 커다란 다정함 앞에 또다시 소리 지를 수 없어 꾸벅 고개 숙이고 수납을 한 뒤 집으로 향했다. 아직 확정 나지 않았지만 2도 정도로 예상되는 상처를 안고 있는 건 꽤 불편한 일이었다. 다리를 올리고 있지 않으면 욱신거리고, 조금 많이 움직인다 싶으면 상처가 찢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왜 상처를 살뜰히 챙겨보지 않았을까. 그렇게 여유가 없었나. 그런 생각을 이어가다 잠들었다. 그렇게 오늘도 드레싱을 받으러 들어간 진료실. 어제 만난 선생님보다 더욱 활기찬 선생님이 맞이해주셨고 오토바이에 덴 분들 중 첫날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 못 봤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셨다. 위로로 들여 조금 방심하다가 식은땀 나게 아픈 드레싱을 받고 나왔다. 내일은 드레싱 3일 차고 화상 정도를 알 수 있는 날이다. 나긋나긋한 선생님일지 활기찬 분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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