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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l 01. 2022

선생님 금쪽이는 커피를 내려요

쓰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전에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안 한 행위들을 하고 있다. 내 공간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시작도 하기 싫은 때가 있었다. 일기 쓰기, 회고, 여러 가지 공부 같은 것들. 그런데 생각보다 갖추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건 많고, 어디서나 해볼 법한 일들은 많다. 많은 시간 속에서 시도해보며 깨닫기도 했지만 새삼스럽게 느꼈던 때는 최근 여행 중이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여행에서 좋아하는 책이나 펜, 노트를 여러 개 들고 다닐 수 없었다. 다이어리와 펜 하나로 일기는 꾸준히 써보기로 했고 나머지는 아이패드로 대체했다.


그런 와중에 인증 챌린지를 몇 가지, 글쓰기 모임에 등록했다. 집 혹은 내 방이 아니면 안 되겠지 하는 마음에 여행을 핑계로 미루고 있던 것들이다.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이런 것들을 가장 하지 못할 것 같은 곳에 돌아왔다. 방에서 뿐 아니라 넓은 거실에 나와 유튜브 켜는 것도 서슴지 않게 되었다. 단순히 쌓아내기 위해 하는 일을 가족에게 보이는 일은 늘 부끄러웠다. 삼일 만에 끝날 수도 있고, 꼭 결과가 따르는 행위도 아닌 것들. 매일 외국어 한 문장 읽기, 요가, 기지개 펴기 등 시작했다가 아무도 모르게 덮을 수 있는 내 소소한 행위.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다시 내 일상을 꾸렸다. 일어나 물 마시고 과일을 먹다 밥과 샐러드 중 하나를 고른다. 요즘은 보통 ‘밥’이다. 엄마가 생채를 만든 덕분인데 연 3일 동안 하루 한 끼 혹은 두 끼 콩나물, 고추장, 들기름을 얹어 비벼 먹는다. 그런 뒤 브런치에 아무도 시키지 않은 주 5일 글쓰기를 한 후 씻고 집을 나선다. 저녁에는 영어를 한 단락 읽어 본다. 이건 결과를 내고 싶어서 월의 첫 날인 오늘만 기다렸다. 1일부터 시작하려고 ^^


그렇게 이번 주는 잘 보내봤다. 집에 오자마자 드러눕는 시간을 조금 줄여보고 싶다. 오늘은 퇴근길에 아빠 새 사무실에 들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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