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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Apr 01. 2020

봄바람 휘날리며

루틴의 변화

부모님 댁에서의 생활은 하루하루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일어나 아침을 먹고 청소를 하고 난 후 업무를 시작한다. 내가 업무를 하는 중 엄마는 더욱더 바쁘다. 사부작사부작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뭔가를 정리하고 누군가와 통화를 연이어서 한다. 업무를 마치고 같이 점심을 차려 먹거나 엄마의 친구들과(!) 한적한 곳을 찾아 외식했다. 얼마 전 내가 쓰러졌었다는 소식을 들은 엄마의 친구들은 나를 볼 때마다 안타까워하며 진심으로 걱정했다. 지금 이곳에 이사 왔을 때부터 나를 봐온 분들이라 그런지 기억 안 나는 언젠가의 내 미담(?)을 꺼내며 온 마음을 쏟는다.


볼일을 보고 나서 항상 산책했다. 운이 좋게도 집 근처에 벚꽃이 많이 피었다. 심지어 봄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다. 엄마와 종일 함께 하지만 어디를 가도 이야기꽃이 핀다. 꽤 오랜 세월을 같이 보낸 터라 서로의 걸음 맞추는 것도 문제가 없고, 주어 목적어가 없는 실명 토크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엄마는 잘게 핀 꽃을 좋아하고, 작은 흙 위에 핀 새싹을 발견하는데 선수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다 보면 이만한 여유를 가진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 5시가 다 된 시각,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업무를 시작한다. 월초라 해치우기 막막한 업무량이지만 어떻게든 다 하면 되겠지 싶은 요즘. 햇볕을 규칙적으로 쫴서 그런지 적당히 졸린 상태가 되었을 때 즈음 저녁을 먹는다. 쓰러진 다음 날에는 삼시 세끼 소고기 200g씩 먹었다. 그다음 날에는 삼겹살 몇 점과 밥을 조금 먹었고, 오늘은 떡볶이집을 개업한 지인에게서 사 온 것들을 먹었다. 내일 아침까지 먹으면 마침내 다 먹는 대량 국물 떡볶이. 서울로 가기 전, 내가 다 먹어서 다행이다.


식사를 끝내고 정리한 후, 조금 쉬다가 씻고 글을 쓴다. 이때가 2차로 잠이 쏟아지는 데 잘 견뎌서 뉴스레터도 읽고, 넷플릭스도 봐야 한다. 매번 이 시간에 다짐하는 거지만 내일은 한 시간만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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