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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l 11. 2022

선선한 여름밤을 사랑했던가

쓰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장마와 장마가 아닌 시기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어제저녁 산책을 하고 돌아온 직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날씨 어플이 잘 맞아떨어졌다. 지나가는 비가 아닌 것 같았다. 바람이 느껴지자마자 에어컨을 끄고 방마다 창문을 조금씩 열었다. 무더운 여름도 견딜만하다고 느낀 적이 언제였더라, 사실 사이사이 선선해지는 이 여름밤을 사랑했던가. 버석거리는 이불 위에 자리 잡고 비스듬히 앉아 왓챠를 틀었다. 액션 영화를 볼까 하다가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잠은 깼는데 더 누워있고 싶다. 한 시간만 더 잘까 하다가 오히려 빗소리에 책이 더 잘 읽어지지 않을까 해서 아침 독서 모임에 접속했다. 동시에 여러 권을 섭렵 중인 터라 그중 한 권을 골랐다. 그러다 작가가 언급한 웹툰 하나를 찾다가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접속했다. 계정에 피드를 올리지 않은 지 1년이 지나있었다. 잘 지내고 있을까, 무탈한 일상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불쑥 내보였다. 그러다 또 다른 작품을 들고 나오거나 꼭 그러지 않아도 상관없다.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인 머리카락을 들고 미용실에 들렀다. 잘 다듬어주시고 나서 고데기를 해주셨는데 체감상 한 가닥 한 가닥 곱게 해 주시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 시계를 자꾸 쳐다봤지만 빨리 해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비가 온 탓인가? 이 미용실 원장님이 매직을 잘하시는데, 그걸 배우러 오셨다는 엄마의 말이 떠올라서 그랬나? 그래도 다음엔 스몰 토크하실 때 목소리 크게 하셔도 된다고 꼭 말씀드려야겠다. 


어제 느닷없이 운동 마무리에 팔 굽혀 펴기를 한 탓인지 그 여파가 곳곳에 묻어난다. 집에 갈 때 아빠가 말한 막걸리 사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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