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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l 18. 2022

엄마가 나를 활용하는 법

추측하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가는 곳에 함께 했다. 집 앞 슈퍼부터 모임, 결혼식까지. 오늘도 애들을 데리고 왔냐며 볼멘소리를 하던 당시 엄마의 친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에 들어서 ‘애들이 먹을 만한 메뉴’를 찾는 사람들이 되었다. 아마 자연스럽게 아이를 동반해도 괜찮은 상황만 찾았을 거고, 수용하는 사람만 만났을 것이다. 꼭 아이가 아니었더라도 당시 엄마의 상황은 여의치 않았고 굳이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무리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항상 엄마 옆을 붙어다니다 보니 몸에 벤 습관이 있다. 엄마가 슈퍼나 시장에 가면 왠만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쫓아가 간식을 골랐다. 막대사탕, 천하장사 소세지 등 결제 직전 몇 백원짜리 간식을 내밀던 아이는 오천원이 훌쩍 넘는 오트우유를 고르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물가 상승 및 취향 변화를 적용하면 상당히 자연스러운 변화다. 엄마도 내가 거실에 나와 공허한 눈으로 tv를 보고 있을 때면 같이 가자고 손짓한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제안.


그런데 꼭 뭘 사러 갈때만 나를 데려가는게 아니다. 엄마는 물건 교환과 같은 상황에도 나를 달고 간다. 내가 같이 가서 딱히 말을 얹거나 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 출입구 근처를 서성이며 가만히 있을 뿐. 최근 인견 소재 이불을 사러 갔다가 집에 와 다시 보니 두 이불이 달랐다. 엄마는 내게 이불을 들고 따라오라고 했고 가게에서 주인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엄마와 주인은 이불을 다시 살펴보며 다른 걸로 대체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지켜보던 나는 문득 2 대 1 로 마주한 상황인가? 그래서 날 데리고 다니나? 하는 문장이 뇌리를 스쳤다. 키가 크고 무표정을 한, 이불을 번쩍 들고 따라온 나. 이렇게 활용당해도 되는 것인가? 하지만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괜찮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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