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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ul 19. 2022

초당옥수수를 주문해야 겠어요

떠올리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내가 다리에 화상을 입고 꼼짝 못 한 채 누워있기 전부터 한 친구는 다리에 붕대를 감은채 누워있었다. 그러다 붕대가 얇아지고 사라지더니 물리치료를 받고 있었다. 가끔 캠핑에 가기도 하고 다리가 꽤 나은 것 같이 보였다. 그즈음 땅에 발을 딛고 다녀도 상처가 욱신거리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밖에 오래 돌아다니기 힘들었고 친구는 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친구는 마침 동네에 와 있다고 했다. 볼일을 마치고 온 친구는 무려 차를 운전해도 될 정도였다. 


같은 초중고를 나왔지만 본격적으로 친해진 건 중학교 때부터였다. 게다가 동네도 가까워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친구를 집으로 오라고 하기가 얼마나 편한지! 혹시 우리 집 위치를 보내야 할까 했지만.. 보냈어야 했다. 전화가 와 나가 보니 친구는 한 블록 전에 차를 세우고 서 있었다. 만나자마자 서로 한번 더 확인했어야 했다며 깔깔 웃었다. 


내가 꺼낸 과일에 친구가 들고 온 초당옥수수를 얹고 나자 한참 웃고 떠들어도 부족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초당 옥수수를 대량 구매해 들고 와서 그냥 먹다가 엄마로 인해 삶아온 것조차 별 다른 말하지 않아도 그러려니 했다. 서로의 엄마를 아는 덕분이다. 가족 구성원 누군가에 대한 아쉬움을 말하면서 수습하는 말을 따로 해도 되지 않아 더욱 편안했다. 


친구가 떠나고 남아있던 초당옥수수를 다 먹었다. 왠지 이번 주는 초당옥수수를 주문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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