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이 두 개

복기하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by 피베리

날씨가 어떻든 차 안에는 커다란 우산 하나가 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운전자가 우산의 존재를 잊지 않는 한 역할을 다한다. 가끔 화창한 날이면 우산을 말리려 내놨다가 다시 넣어두지 않아 난감한 날도 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 우산이 요즘 많이 쓰인다. 장마 기간보다 더 장마의 모습을 한 8월의 여름 비. 당장 비가 오지 않아도 우산을 차 안에 두는 걸 잊지 않는다. 요즘은 예상한 비보다 그렇지 않은 비를 더 자주 만난다.


예상치 못한 비를 만났어도 괜찮을 때가 있다. 오랜만에 밤 산책을 나갔는데 조금씩 뿌려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걸었다. 나뿐 아니라 우산이 없는 사람들 모두 그랬다. 누구 하나 멈칫거리지 않고 걷거나 뛰기를 계속했다. 조금 더 거세지는 비, 꽂고 있던 에어팟이 걱정되어 집으로 향했다. 비가 몸에 달라붙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세찬 비가 내릴 때 마당을 뛰어다녔던 날이 떠올랐다.


다음 날, 부모님은 여행을 떠났다. 서로 같이 먹은 나이만큼 많아진 당부를 한참 늘어놓고 나자 배웅도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엄마는 아차, 하더니 우산을 하나 더 챙겼다.


- 트렁크에 큰 우산 하나 있지 않아?

있지.

- 그런데 왜 또 챙겨?

둘이 여행 가서 싸웠는데 비 오면 한 우산 써야 하잖아

- 아..?

거리두기! 같이 여행가도 거리두기 할 곳이 있어야지.


한 차에 두 우산이 나란히 놓였다. 아마 누구 하나 고집을 부려 잠시 숨을 돌려야 할 때 마침 비가 온다면? 애써 감정을 수습할 필요 없이 각자 우산 아래에 서서 쉴 수 있을 것 같다. 싸우고 나면 억지로 붙여놓고 악수하고 안아야 하는 어린이가 아니니까. 당장 험한 말을 하는 대신 잠시 거리두기를 하고 나면 곧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어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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