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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Aug 02. 2022

우산이 두 개

복기하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날씨가 어떻든  안에는 커다란 우산 하나가 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운전자가 우산의 존재를 잊지 않는  역할을 다한다. 가끔 화창한 날이면 우산을 말리려 내놨다가 다시 넣어두지 않아 난감한 날도 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 우산이 요즘 많이 쓰인다. 장마 기간보다  장마의 모습을  8월의 여름 . 당장 비가 오지 않아도 우산을  안에 두는  잊지 않는다. 요즘은 예상한 비보다 그렇지 않은 비를  자주 만난다.


예상치 못한 비를 만났어도 괜찮을 때가 있다. 오랜만에 밤 산책을 나갔는데 조금씩 뿌려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걸었다. 나뿐 아니라 우산이 없는 사람들 모두 그랬다. 누구 하나 멈칫거리지 않고 걷거나 뛰기를 계속했다. 조금 더 거세지는 비, 꽂고 있던 에어팟이 걱정되어 집으로 향했다. 비가 몸에 달라붙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세찬 비가 내릴 때 마당을 뛰어다녔던 날이 떠올랐다.


다음 날, 부모님은 여행을 떠났다. 서로 같이 먹은 나이만큼 많아진 당부를 한참 늘어놓고 나자 배웅도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엄마는 아차, 하더니 우산을 하나 더 챙겼다.


- 트렁크에  우산 하나 있지 않아?

있지.

- 그런데   챙겨?

둘이 여행 가서 싸웠는데 비 오면 한 우산 써야 하잖아

- ..?

거리두기! 같이 여행가도 거리두기 할 곳이 있어야지.


한 차에 두 우산이 나란히 놓였다. 아마 누구 하나 고집을 부려 잠시 숨을 돌려야 할 때 마침 비가 온다면? 애써 감정을 수습할 필요 없이 각자 우산 아래에 서서 쉴 수 있을 것 같다. 싸우고 나면 억지로 붙여놓고 악수하고 안아야 하는 어린이가 아니니까. 당장 험한 말을 하는 대신 잠시 거리두기를 하고 나면 곧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어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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