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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Aug 11. 2022

현대인은 고통을 즐깁니까?

하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마침내  2 기구 필라테스 1개월 이용권을 결제했다. 어플을 통해 주말에 열리는   시간표를 확인한  예약하면 된다고 했다. 당장 이번    번은 경험해봐야겠다 싶어서 저녁 일곱 시  수업을 잡았다. 정시 퇴근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7, 바로 옷을 갈아입고 경보하듯 걸어가서 자리 잡고 앉으니 이미  차례 수업을 들은  지쳤다. 그래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흔히 인스타그램에서 본 ‘필라테스’는 몸의 곡선을 돋보이게 하는 운동이었다. 인증을 위한 운동이랄까. 최근 주변에서 필라테스를 접한 이들이 늘어가며 ‘몸을 교정할 수 있다’, ‘내가 모르던 곳이 몸 어딘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 정도일까? 고요한 공간에 들어서니 기구 앞에 몇몇 수강생이 앉아있다. 이미 몇 번이고 와 보신 분들이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있다 보니 선생님이 등장했다.


다른 운동과 달리 숨이 반대였다. 들이쉬고 내쉬고는 똑같은데, 필라테스는 내쉴 때 이완하는 상태가 아니라 동작을 시작했다. 들이마실 때 이완하며 몸의 곳곳을 정비한 후 내쉴 때 그 숨이 가닿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 이어 기구를 사용했다. 끈을 손에 쥐고 있지만 끈에 의지하면 안 됐다. 투명의자 같았다. 끈을 쥐고 있지만, 오롯이 내 몸 어느 한 곳에 의지해야 한다니. 한 시간이 금방 흘렀다. 여럿이 한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동작도 참고할 수 있었다. 처음에 쑥스러워 레깅스 위에 입고 있던 반바지도 곱게 개켜 두었지. 수업이 끝나자마자 후들거리는 다리로 천천히 걸어가 집에 도착했다. 폼롤러로 몸을 다시 바로 펴냈다.


하루는 쉬었다 가고 싶었지만 남은 평일 일정이 빠듯하다. 일곱 시 반 수업을 잡고 바로 뛰듯 걸었다. 또 다른 기구 앞에 앉았다. 여전히 운동하기도 전에 지친 모습이었다. 처음엔 할만했다. 내 튼튼한 하체를 요리조리 활용하고 또 자랑할만한 유연성을 발휘하면 됐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조금 더 희한하고 더 어려운 동작으로 확장한다. 기구 필라테스의 강점일까? 맨몸으로만 운동하면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자꾸만 더 나아간다. 내 몸은 어디로 뻗어내야 할지도 모른 채 우선 뻗어보고 들었다가 내려둔다. 시계를 두 번 봤다. 한 번은 30분이나 남았을 때, 한 번은 20분 남았을 때. 체감 두 시간이었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 도착한 집. 씻자마자 침대로 다이빙했다. 영화나 드라마, 책 읽을 여력도 없이 가만히 있다가 팟캐스트를 찾아 켰다. 셀럽 맷님의 경쾌한 목소리로 안정을 찾고 조금 웃다가 잠든 것 같다. 눈을 뜨니 여전히 비가 오고 있고 몸은 일으키기 싫었다. 15분 맞춰놓고 다시 잠들었다 일어났다. 천천히 움직여 드라마 우영우를 틀어놓고 아침을 먹었다. 개운함과 동시에 여기저기 느껴지는 어제의 숨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첫 수업이 끝나고 집 현관에 들어서자 가만히 TV를 보던 아빠가 그랬다.


“인생을 왜 그렇게 힘들게 사냐?”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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