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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Aug 23. 2022

처서

곱씹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처서. 24절기  열네 번째 절기로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때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라고 한다. 그게 바로 오늘이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턱끝까지 왔다. 출근길엔 처서비가 내렸다. 어쩐지  팔에  바지가 입고 싶었고 걸어가는 중에 바지 끝자락이  젖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비가 오고 나서도 여전히 햇볕은 뜨겁겠지만 높아진 하늘을 보며 가을 노래를 종종 찾아 들을  같다.


계절의 색이 분명한데 비해 가을의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래서 봄에 10일 남짓 피다 가는 벚꽃 기다리듯 내내 가을 오기를 기다리나 보다. 기다려지는 이유는 봄 여름옷보다 가을 옷을 좋아해서다. 재킷과 코트. 묵직하지만 간단하게 걸칠 수 있는 이 옷들. 많지도 않다. 한 두벌의 그 옷이 너무 좋다. 올해 내 몸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선선한 낮에 하는 산책이 더욱 즐거워진다. 특히, 자연 속을 거닐다 보면 더욱 풍성하게 느껴진다. 여느 여행지를 가서 기다리는 내내 덥지도 않고, 드라이브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느끼는 바람이 차갑지도 않다. 대부분 여행이 떠올리기만 해도 즐겁지만 특히 가을에 혼자 국내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때가 행복 버튼인가 보다. 경주와 순천에서 자전거를 타며 돌아다니다 김밥을 먹고, 백반을 해치우며 벤치 위에 누웠던 날들.


갈수록 국내 여행지에 사람이 많아져 그런 여유를 만끽하기는 어렵겠지만 사람이 많으면 많은 대로 누리면 그만이지. 점점 자차를 소유했으며 운전할 수 있는 친구가 늘어나서 기쁘다. 당분간 조수석에 앉아 성실하게 길과 주차장을 찾는 메이트로서 활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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