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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Aug 22. 2022

10년째 부지런한 여행

만나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자고 일어나자 피로가 사라졌다. 전날 걱정하던 것에 비하면 아주 좋은 상태였다. 가볍게 아침을 먹고 청소를 조금 한 다음 뒹굴거리다 친구들을 맞이했다. 특히, 친구의 아이인 어린이는 나를 보자마자 상추를 따겠다고 했다. 올해 상추 농사는 망쳐서 다른 걸 수확해보라며 손을 잡고 이끌었다. 보라색, 혹은 새까매 보이는 고추를 몇 개, 오이를 하나 따고 나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아이고 피곤해, 아이고 배고파’를 연신 외치다 밖으로 향했다. 새벽에 쏟아지는 비로 걱정했지만 점점 해 뜨는 하늘을 보며 식당가로 들어섰다. 대전의 명물인 두부 두루치기를 먹고 사람들로 꽉 찬 카페를 지나 다른 카페로 향하던 중 대형 문구 아웃렛에 들렀다. 어린이의 장난감을 하나 살 생각으로 들어갔지만 신난 건 친구 J였다. 그림을 그리겠다며 사직서를 낸 모르는 직장인 같아 보였다.


작은 박스를 하나 가득 채운 채 카페로 향했다. 하지만 카페 대신 트레블 라운지에 들려 격동의 할리갈리, 커다란 바람개비를 만들었다. 소규모 패키지 관광객처럼 각자 바람개비 하나씩 들고 마침내 카페를 갔다. 이제는 너무나 목이 말라 당장 코앞에 보이는 카페여야만 했다. 들어간 곳은 힙한 요소를 모두 갖춘 카페였다. 시그니처 메뉴가 있고 콘크리트가 노출된 천정에 멋져 보이는 책과 액자가 있었다. 여기에 기울여있는 거울까지 사진을 찍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었다.


이어 간 곳은 친구 H가 고대한 문구점 프렐류드. 매월 바뀌는 스티커와 거울 인테리어, 이곳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각종 디자인 문구가 매력적이다. 나와 J는 어느 정도 돌아보고 나자 흥미를 잃었고 H의 쇼핑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다. 겨우 마무리한 채 나와 사람으로 꽉 찬 성심당, 독립서점 다다르다를 들르고 나서야 우리는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아 졌다. J의 차에 올라 타 집이 아닌 또 다른 명소로 향했다.


대동 하늘공원에 도착해 딸기 주스로 당을 채웠다. 한참 기다렸다 받은 음료를 조용히 꿀꺽꿀꺽 넘기니 살 것 같았다. 풍차 모양의 포토존이 있는 곳을 향해 갔고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또 잊지 않고 챙겨 온 바람개비를 들고 있었다. 그렇게 무사히 집으로 향해 저녁을 먹었고 얘기하고 또 얘기하다 퍼즐 놀이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이 친구들과의 알찬 시간이 떠올랐다. 만나기만 하면 기본 10,000보를 걸은 날들.


그 어느 때보다 더 여유 있게, 많이 웃으며 마주할 수 있어서 기쁘다. 잠깐 산책하며 먹은 메로나와 널뛰기를 하며 활짝 웃은 우리 어린이의 표정도 마음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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