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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Aug 26. 2022

독립하고 싶은 날

생각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누구나 양육자에게 독립할  없지만, 조금만 애써독립할  있다면 해야 한다.  편안함과 독립할 공간을 알아보는 번거로움을 기꺼이 바꾸기 어려웠지만 갈수록 조금 번거로운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좋게도 현재 부모님이 거주하는  근처 시세는 내가 감당할  있는 수준이다. 조건을  따진다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공간 분리는   있을 정도.


부모님과 사는 곳은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있다. 대학교가 있다는 건 세입자 중 많은 부분을 대학생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학생이 머물 곳을 원룸으로 설정한 지 오래되어 주변은 원룸으로 넘쳐난다. 가장 많은 건 4~5평짜리 원룸, 중문 하나로 분리한 6~7평짜리 1.5룸이 드문드문 있다. 투룸은 찾기 어렵다.


도보 10분 내 개인 및 프랜차이즈 카페가 3곳 이상 있고, 배달 대신 방문 포장할 수 있는 음식점(빵, 떡볶이, 비빔국수, 치킨, 닭강정 등)이 많으며 편의점 두 곳, 슈퍼 하나가 있다. 버스 정류장과 자전거 정류소가 코앞에 있으며 신도시든 구도시 사이에 있어 이동하기도 수월하다. 사실 여기에 5분만 더 걸어가면 대학가와 시장, 빨래방 등 대부분 편의시설이 모여 있다.


일어나자마자 집 앞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 혹은 크로와상을 만날 수 있는데 이 편안함을 뒤로한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번거로움을 모른 척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또렷해지는 나만의 루틴과 일상이 평온한 부모님의 일상에 혼란함을 더한다. 냉장고에 굳이 나만 먹는 재료들이 끼워져 있다거나, 오르락내리락하는 에너지에 따라 무작정 입을 닫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덜어내고, 굳이 귀에 담아두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비워내고 싶다. 겨울에는 조금 더 많은 것들을 해내야 할 것 같은데 부모님과 내 사이에 유지하던 거리를 다시금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 거리에서 느꼈던 약간의 애틋함,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다 만나는 반가움 같은 것들. 쉬고 싶은 마음과 발품 팔며 돌아다녀야 하는 의지가 벌써부터 부딪히는 금요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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