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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Aug 25. 2022

오늘 참은 맥주는 안 돌아와

쓰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오늘 참은 맥주는 내일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께도 어제도 맥주를 참았다. 시원하게 맥주   마시고 싶은데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그런지 당당하게  시간에 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내 오는 게 쉽지 않다. 아마 그동안 밖에 살았기 때문인  같다. 혼자 있을  맥주 마시던 때와 전혀 다르다.


맥주 한 잔이 먹고 싶을 때 조건이 있다.


- 졸리지 않을 

- 속이 부대끼거나 불편하지 않을 

- 기분이 좋을 

- 선선한 온도일 

- 켜 두고 싶은 드라마나 영화, 음악이 있을 


여기에 맥주만 시원해야 할 수도 있고 컵까지 꽝꽝 얼렸다 꺼내야 할 때도 있다. 마음에 드는 컵이 물기 없이 바싹 말라 있으면 최고고, 막 씻어내 물기가 있더라도 털어낼 수 있는 게 좋다. 찰나의 게으름으로 맥주를 따라낼 컵이 싱크대 안에 있다면 금세 맥주 한 잔이 멀어진다. 특히 주중에 이런 조건을 다 갖출 때가 힘든 만큼 마시고 싶을 때는 대부분 마신다.


그동안 필라테스라는 새로움에 가로막히거나 부모님의 늦은 취침시간에 멈칫거리다 맥주를 떠나보낸 적이 많았다. 떠난 맥주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임을. 이제는 조금 적응되어 맥주를 찾게 된다. 곧 맞이할 금요일을 기념하며 오늘은 최적의 시간(졸리지 않고, 마시고 나서 한 시간 이상 지나도 괜찮은)과 생맥주 잔에 하이얀 패키지의 맥주를 따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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