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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Aug 30. 2022

금쪽이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사실은 나를 위한, 내 마음을 위한 대서사시의 시작

나는 아빠라는 역할을 한 내 인생 첫 어른을 무서워했다. 그러다 미워했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의 칭찬을 바라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이 뒤섞여 도무지 모르겠을 때 글을 쓴다. 그를 구성하는 요소를 내 식대로 펼쳐 들었다고 해서 사랑이 넘친다거나 딱히 더 미워하는 건 아니다. 난 내가 이해한 모습 자체로 그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빠가 한풀 꺾인 모습을   언제부터였더라?

아마 할머니 돌아가실 때부터였을 걸?

그런데 할머니는 장남, 막내 말고는 다른 자식들을 살뜰히 챙기지 않았잖아.

그래도 엄마라는 존재에게 인정받고 싶은 그런 게 있어. 나중에 나이 들고 나서 좋은 어른이 아닌 걸 깨닫게 되더라도.



금쪽이는 7남매 중 여섯째다. 생계를 위해 농사짓고 소일거리를 위해 자는 방 한쪽에 누에를 키운 집에서 태어났다. 금쪽의 아버지는 집안 살림에 특히나 관심이 없었고, 모든 일은 금쪽의 엄마가 도맡아 했다. 금쪽의 엄마는 온종일 불평불만을 소리 내며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자식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속에서 금쪽은 입을 꾹 다물며 견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모들이 “우리 금쪽이는 말 한마디 할 줄 몰라서 어떡해?”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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