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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Aug 31. 2022

국물이 당기는 날

쓰고 나면 에피소드 | 내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날씨가 선선함을 넘어서 아침저녁으로 춥기까지 하다. 종일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거의 그쳤다.  오던 날부터 국물 음식을 먹고 싶어 벼르고 있었다. 비 오는 하루는 커피를 마시고, 다음날은 도시락을. 굳이 걸어가 사 먹어야 하나 싶을 즈음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주말에 만나기로  친구는 요리하기를 좋아하고 잘하는데, 이번 메뉴에 대한 얘기였다. 친구는 뜻밖의 메뉴를 말했다.


싱가포르의 송파 바쿠테(Song Fa Bak Kut Teh/싱가포르식 갈비탕), 월남쌈


문득, 내가 싱가포르에서 송파 바쿠테를 갔다고 말하며 사진을 보낸 날이 떠올랐다. 친구는 전에 갔을 때 본인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며 생각난 김에 육수를 구매했다고 했다. 세상에. 요즘처럼 국물이 당길 때 너무나 적절하고도 신선한 메뉴를 선정하다니! 그런데 육수만 구매할 뿐 갈비탕은 친구가 직접 만들어야 할 텐데 이렇게 대접받아도 되나 싶다.


둘 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메뉴니까. 그러고 보니 월남쌈은 이 친구가 내가 살던 5평짜리 원룸에서 만들어낸 메뉴다. 가끔 카레를 만들어다 주던 친구는 월남쌈을 만들어주겠다며 작은 싱크대 앞에 오래 서있었다.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들었다는 말로 빗대어 말한다. 친구는 단 한 번이었다며 민망해하지만 그때의 고마움은 언제 꺼내먹어도 따뜻하다.


여행을 떠올릴 수 있는 순간이자, 친구들 모두와 오랜만에 모이는 시간이다. 조금 더 정성을 들여 그 시간을 기억하고 싶다. 목적은 공동육아지만 겸사겸사 이루는 모든 게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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