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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Sep 02. 2022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족일까

가족 사이에도 노력이 필요해

나는 아빠라는 역할을   인생  어른을 무서워했다. 그러다 미워했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의 칭찬을 바라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이 뒤섞여 도무지 모르겠을  글을 쓴다. 그를 구성하는 요소를  식대로 펼쳐 들었다고 해서 사랑이 넘친다거나 딱히  미워하는  아니다.  내가 이해한 모습 자체로 그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금쪽이는 종종 우리에게 할머니 안부를 물어보라고 시켰다. 할머니가 좋은지 싫은지도 몰랐을 때를 지나던 어느 날 금쪽이에게 물어봤다.


“금쪽이도 안 하는 전화를 내가 왜 해야 해?”


이후 금쪽의 엄마와 통화를 위해 금쪽이가 어색하게 안부를 묻다가 황급히 전화를 넘겨주는 장면을 종종 봐야 했다. 사실, 오랜 시간 금쪽이가 효도랍시고 애쓰는 모습이 내게는 기이해 보였다. 금쪽의 엄마는 우리와 금쪽의 아내가 있는 곳에서조차 금쪽이에게 풀뿌리 하나 넘겨주는 걸 아까워했다.


어떤 날은 금쪽이가 뒤쪽에서 가져온 죽순을 몇 개 내밀며 가져가야겠다고 했다. 금쪽의 엄마는 둘째 아들 줘야 한다고 말했다. 멀리서 산다는 이유로 일 년에 한두 번, 많이 오면 세 번 정도인 첫째, 둘째, 막내아들이 뭐라고. 집 뒤에 널린 죽순 중 고작 몇 개를 손에 쥔 금쪽이에게 애써 그런 말을 한 걸까. 금쪽이는 아무 말 없이 집 뒤쪽을 향해 걸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어떻게 소리쳐야 할지 생각했다. 그 순간 금쪽의 아내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당신처럼 자식에게 상처를 줄 수 있냐고. 나는 처음 보는 풍경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후에도 금쪽의 아내는 금쪽의 엄마에게 향하는 발걸음을 끊지 않았다. 금쪽의 엄마가 쓰러진 날부터 25년간 금쪽의 아내는 혼자 그를 씻기고 반찬을 해다 날랐다. 남의 도움을 받은 건 금쪽의 엄마가 90세가 되고 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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