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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Sep 20. 2022

기꺼이 '지금'을 맞이한 나에게

불안을 가로지르며 썼던 글쓰기를 떠올리며

불안, 외로움 같은 건 내 방안에 있는 의자나 책상 혹은 침대와 같은 거라고 여겼다. 항상 함께 하는 것. 가만히 있던 것들이 어떤 날은 너무 크게 변해서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날도 있었다. 하루 이틀이면 괜찮은데 일주일, 혹은 한 달 내내 그들에게 안겨있던 때도 있었다. 그냥 그렇게 버티고 애쓰는 게 당연한 줄 알아서 가끔 숨통이 트이는 순간에 몰입했다. 그런 순간들 중 하나가 글 쓰는 시간이었다.


여행을 하며 글을 쓰거나 가끔 책을 읽을 때를 제외하면 편안함을 느낀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 최근까지 이 두서없는 글쓰기를 이어왔다. 명상과 같은 행위였다. 명상을 하면 수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이게 생각을 잠재우려 하는 건지, 생각을 위한 건지 모를 정도였다. 어떤 생각이 나면 가만히 생각이 나는구나를 인지하라는데 그러다 보면 생각이란 게, 일어나지도 않은 많은 일이 머릿속을 꽉 채운다.


한국에 돌아온 그 자체뿐 아니라 그대로 나를 반기는 모든 게 소중했다. 누리고 있던 모든 것들이 반가웠다. 이상하게 한창 재미를 찾아 유랑하던(?) 때보다 더 자주 친구들을 만났다. 특히, 친구들과 만날 때면 너무나 행복했다. '아, 너무 행복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그 자체로 내버려 두며 오래 곱씹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느끼는 아쉬움이 솟아오르는 기쁨을 뒤덮는 일이 사라졌다.


지금, 현재를 바라보게 되었다. 불안을 만들어내는 공장 그 자체인 줄 알았는데 그 공장도 지금은 쉬고 있다. 완전히 폐업을 한 걸까, 나중에 다시 가동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잠정 휴업한 지금을 환영하기로 한다. 애써 불안을 만들지 않는 나를 온 마음을 다해 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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