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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Nov 06. 2022

11월 1주차 #기억 #애도 #소리내는일

황정은은 1996년 연세대, 2009년 용산, 2014년 세월호를 기억하는 연작소설집 <디디의 우산>에서 이런 문장을 썼다. “내가 그것을 트라우마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도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어. 우리는 그 장소에서의 경험 자체를 별로 말하지 않았지. 고통스러운 기억이었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같은 걸 겪었으니 다 안다고 생각했으니까.”


우리는 이 사태를 가까이에서 겪은 이들의 하루가 어땠는지, 그날의 신남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온도 차이와 예측 불가능했던 비극이 어떤 자국을 남겼는지 아직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애도는 거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곳에 있고자 했던 욕망 자체를 과녁으로 삼는 한 우리는 아무것도 애도할 수 없다.

그 끔찍한 사태를 목격하고도 어떻게


우리는 모두 생각 이상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고 암울한 진실을 잘 받아들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죽은 사람과 남은 사람을 위한 계획이 없는 회사의 무능한 대응이다.

<죽은 자 곁의 산 자들>


우리의 애도는 무용한 것은 아니겠으나 유가족에게 그리 닿지는 않는다. 애도는 오히려 유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참담한 내 마음을 위한 것일지 모르겠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납득할 수 있는 종결이다.

황석희 번역가의 글


지금은 재미있던 일만 떠올리지만 ‘밥해주는 사람’이 겪는 수모는 적지 않았다. “내 직종이 지금 어쩔 수 없이 무시당하지만 이 옷 벗으면 사람 다 똑같다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했다. 버티기만 했나. 정부청사 앞에 가서 천막도 치고 꽹과리도 쳤다. “노조 생기고 우리 처우 개선하라고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이제 좋아질 만하니까 그만둬야 할 나이가 됐잖아요.”


요즘 고민은? 지금 일하는 곳에 채식하는 사람들이 있다. 육수나 고기 재료를 많이 쓰는 기존 밥상에서 탈피해 어떻게 사람들 입맛에 맞는 채식 식단을 만들 것인가. 자신이 하는 일을 막힘없이 어려움 없이 해나가는 이가 베테랑이라던 그에게 새로이 주어진 미션이다. 역시 배움은 끝이 없다.


“그래도 인터뷰를 하니, 내가 잘 살았구나 싶네요. 한 가지 일만 파기를 참 잘했다. 방송 같은 데서 셰프가 나오고 맛집 사장이 나오잖아요. 그런 게 아니라도, 나를 이렇게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이렇게 산 게 참 고맙네요.”

'급식 노동자' 정년퇴임 "나도 전문직" 하영숙의 긍지


저를 찾아오는 분들, 심지어 죽을 만큼 힘들다고 하는 분도 마음을 따라 들어가면 다 내면의 힘이 있어요. 전 제가 광부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가치 있는 삶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스스로는 모르지만 제게는 보일 때가 많거든요. 광부가 석탄을 캐듯 저는 그 힘을 찾아내요. 그 과정을 쭉 해나가며 저 역시 힘을 얻고요. 조금 다른 형태로 저 역시 내면의 힘을 회복하는 중이에요.


부모님을 이해시키거나 바꾸기 위함이 아니라 그 말을 하고 자기 귀로 들으면 도움이 될 거예요. 이 모든 과정은 나를 이해하고 회복하는 과정이 되어야 해요. 좀 더 자기를 알아차리고 단단해지면, 부모님이 바뀌지 않아도 균형이 이루어져요. 상처를 준 건 부모라도 성인이 되면 회복은 당신의 몫이에요.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내가 나를 잘 케어할 수 있어야 해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람들을 ‘애착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라 하는데, 인생에서 두서너 명이예요. 이들과 잘 지내는 게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에요. 잘 붙어 있지 않으면 외롭고 너무 붙으면 집착이에요. 나머지는 ‘The Others’, 그냥 사람들이에요. 그중 ‘좀 가까운 사람들’ ‘잘 아는 사람들’이 있고요. 그래서 ‘출근해서 퇴근까지 싸우지 않고 자기 할 일 잘하고 오면 인간관계는 100점’ 그렇게 생각하면 돼요.

오은영이 믿는 것


기억하는 일은 슬픔을 대면하는 일, 기억하는 일은 아픈 사람과 연대하는 일, 기억하는 일은 끊임없이 화를 내는 일, 기억하는 일은 반복되지 않도록 싸우는 일 그래서 가치가 있는 일이구나

인스타그램@nonan.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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