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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May 16. 2022

상처받은 건 어쩔 수 없지

울컥하면 에피소드 | 내 일상의 모든 이야기는 글감이 된다



오랜만에 엄마와 영상통화를 했다. 사실, 옆에 조카가 있는지 몰랐다면 음성 통화로 간단히 안부 정도만 주고받았을 거다. 그런데 마침 옆에 있던 조카가 보고 싶다며 떼를 썼고 영상통화로 전환했다. 암묵적인  같은  마음에 생겼다. 옆에 아빠가 있을  같을  연락하지 않을 . 물론, 나만 아는 룰이다. 엄마는 잠깐 어색해하다가 반가워해다. 그러다 엄마의 최근 일상을 묻자 기다렸다는  쏟아냈다. 요즘 엄마는 본의 아니게 너무나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깜짝하면  주가 금방 지나간다고 한다. 너무 다행이었다. 무엇보다 항상 엄마가 바라던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엄마가 바라던 대로 살고 있었다.


그러다 아빠 얘기가 나왔는데 얼마  카톡으로 받은 아빠의 말을 온전히 소화해내지 못한 나는 입을 닫았다. 따로 기록해두지 않아도 그런 말은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는다. 웃는 , 대충 넘겼다.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가족의 상태라면, 그런 거라면 내가 신경 쓸  없을  같다. 신경 쓰다 보면 나는  그들이 원하는 그림을 겨우 그려내고 생색내겠지. 이만하면 괜찮지 않아? 하면서. 나를 탓하는 사람보다 견딜 수 없는 건 남 탓하려고 각 잡는 나다. 만만하게 생각해서 더더욱 졸렬하게 굴겠지.


참 이상하다. 기대를 충족시킨 적이 없는데 종종 이렇게 부딪힌다. 태어난 거 말고는 부모님 마음처럼 자란 적 없는데 여전히 내게는 자기 연민, 피해의식 같은 게 남아있나 보다. 서른 초반에 든 이런 마음이 마흔 넘어서도 이어지면 곤란하다. 갈수록 자유롭게 나를 책임지며 살고 싶은데 저런 감정으로 내가 내 발목을 잡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완전히 털어내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곱게 접어 가끔 들여다보고 싶다.


지금   있는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는  밖에 없다. 일찍 일어나 명상하고, 스트레칭한 다음 바로 책상 앞에 앉아 나를 위한 문장을 마음에 새기는 . 그렇게 나를 위한 방법들로 주변을 공고히 하는 수밖에. 상처받은  어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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