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라 개복치!!

by 꾸미


아이가 아팠다. 코로나 시대에 아프다는 것이 이렇게 무서울 줄은 몰랐다. 예전에는 열나고 아프면 가는 곳이 병원이었는데 지금은 열나고 아프면 병원 오지 말란다.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이래서 코로나 아닌 사람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유독 남편을 많이 닮은 아이. 외모는 나를 닮았다는데 성격이며 알레르기 체질은 남편의 판박이다.








작년 한 해 한 아이의 집요한 괴롭힘으로 공황장애를 앓았던 아이는 개학 연기와 격주 등교를 몹시 사랑했다. 작년 충격의 여파다. 문제는 정신적으로는 편안했지만 신체적으로 깨진 리듬이었다. 한 주는 늦잠 자고 한 주는 일찍 일어나는 불규칙한 생활에 등교 한 주 만에 중간고사 시험을 치렀다. 작년에 못한 성적 관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아이는 중간고사 내내 설사와 구토를 했고 죽만 먹었다. 그렇게 시험을 끝내고 긴장이 풀어진 아이는 임파선염을 거쳐 자가면역질환인 베체트병 증상을 보였다.


자가면역질환이 의심된다는 말에 우리는 모두 아연 질색했다. 특히 남편. 어려서부터 아토피,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성 천식을 가지고 있는 딸이 언젠가 자신처럼 자가면역질환이 생기는 건 아닌가 걱정을 했지만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는 건 우리에겐 금기사항이었다. 말로 하면 마치 현실이 될 것 같은 불안감이랄까. 그런데 그것이 예상치 못한 시기에, 생각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여기서는 진단 검사를 할 수 없으니 종합병원으로 가라며 의뢰서를 써주는 병원에서 아이는 진통 주사를 맞으며 울었다. ‘왜 내게만 이라는..’이라고 원망의 말을 내뱉지는 않았지만 우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괜찮을 거라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유전 때문이 아니라고.’ ‘환경오염이 심한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흔한 질병일 뿐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도, 남편의 마음 한구석에도, 아이의 마음 한구석에고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어머니가 앓으셨고 남편이 앓고 있으며 시아주버님과 조카에게도 나타나고 있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무의식 중에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동네 병원을 나와 약을 짓고 아이가 먹고 싶다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으로 오는 길. 아이가 말했다.


“엄마, 친구들이 나보고 개복치래.”

“개복치? 그게 뭔데?”

“유리멘탈 물고기. 아침 햇살이 강력해서 죽고 바닷속 공기방울이 눈에 들어가서 스트레스로 죽고.. 바닷속 염분이 피부에 스며들어 쇼크로도 죽고 앞에 다가오는 바다거북이와 부딪칠 것을 예감하고 스트레스로 죽는.. 암튼 잘 죽는 물고기야. 그래서 애들이 나만 보면 개복치 생각이 난대. 예민해서 여기저기 맨날 아프니까 잘못 건드리면 터져 죽을 것 같다고.”


아이의 말에 개복치를 찾아보았다. 개복치가 예민한 것은 사실이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죽지는 않는단다. 그럼에도 개복치가 유리멘탈의 대명사 불리는 이유는 2014년 출시된 모바일 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오늘도 울 개복치는 여기저기 아프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훌쩍이고 엄지발가락은 이유 없이 부었다 가라앉았다 하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어 다리가 저리단다. 조만간 과민성 대장증후군도 오겠지.


살아남아라 개복치!!!! 내년엔 고 3이다!!!




* 검진 결과 베체트병이라 진단하기에는 이르다고 합니다. 증상은 베체트병과 동일하나 단발성으로 오는 경우는 베체트로 진단 내리기 어렵다네요. 1년에 서너 번 같은 증상이 반복될 경우 베체트 진단이 내려진다니 관리 잘해 증상이 보이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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