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오손도손 앉아 기분 좋게 간식을 먹는 딸과 남편.
4인 가족에서 3인 가족으로, 아들의 빈자리가 생긴 지 벌써 3년째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아들의 빈자리가 딱히 낯설지도, 허전하지도 않다. 3년 전 자취방에 아들을 두고 올 때만 해도 품 안에 있던 아들을 떼어놓으면 그 빈자리가 많이 허전할 줄 알았는데 일당백(?)하는 딸의 고등학교 생활이 아들의 빈자리를 거뜬히 채우고도 남았다. 종알종알 학교 이야기를 해대는 딸을 보며 문득 내년 딸이 대학생이 되면 변할 일상이 떠올랐다.
“울 딸은 어느 대학을 가려나? 집에서 다니건 자취를 하게 되건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을 텐데 그럼 엄마는 허전할 것 같아. 오빠 때는 네가 있어서 잘 몰랐는데..”
“나도 걱정이야. 자취도 한 번 해보고 싶은데 뉴스에 나오는 여성 대상 범죄들을 보면 혼자서는 무서울 것 같아. 그렇다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면 룸메이트랑 안 맞을 수도 있어서 걱정이고.. “
“집에서 다닐 생각은 없나 보네.”
“음.. 집에서 다니고 싶기도 하고 대학생 때 자취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물론 서울대가 목표긴 하지.”
“나중에 졸업하고 취업하면 어차피 나가서 살 텐데 대학생 때까지는 엄마랑 살아도 좋지 뭐.”
“어? 난 취업해도 엄마랑 살 건데? 계속 엄마랑 살 거야.”
.
“야.. 아빠 집에서 살려면 300만 원 내.”
“……..”
딸이 입을 꾹 닫았다.
하~~ 도대체 이 남자 왜 이럴까?
이걸 농담이라고 하는 걸까? 아님 진담인 걸까?
딸이 결혼은 안 할 거라고, 엄마랑 살 꺼라고 할 때마다 남편의 반응은 항상 똑같았다.
“아빠 집에서 살려면 300만 원 내.” “
“생활비 500만 원 내면 살게 해 줄게.”
그때마다 분위기가 싸~~ 해지는데 남편은 그걸 모르는 눈치다.
일단 딸이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와 함께 살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어릴 적 “엄마와 결혼할래.”라고 했던 아들들 중에, “아빠랑 결혼할 거야.”라고 했던 딸들 중에 엄마랑 아빠랑 함께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말의 의미는 그저 그만큼 엄마가, 아빠가 좋다는 의미인데 왜 그 좋은 의미의 말을 이렇게 기분 나쁘게 만드는 걸까. 정말 의문이다.
언제나 청춘일 것 같아 자신의 힘을 과시하던 사람을 알고 있다. 자식들은 크는데 여전히 힘으로 지배하려던 사람. 모든 관계가 그렇겠지만 특히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돈으로 유지되거나 나이에 따른 힘의 차이로 유지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관계는 남보다 못하게 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는 법이다.
딸이 자기 방에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붙여 놓으면 “아빠 집이야. 붙이지 마.”라는 남편. 설마 당신 지금 애한테 집 있다고 유세 떠는 거야? 한 번만 더 아빠 집 운운하면 한 마디 해야겠다.
“나랑 공동명의 해!!!!”
* 서울대 : 서울에 있는 대학
서울약대 : 서울에서 약간 떨어진 대학
혹시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 봐 적어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