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게는 백신일 수 있다고?

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1)

by 꾸미



갑자기 몇 년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보면서 딸이 한 말이 생각났다.

"친구들이 그러더라고. 늦게 태어났으면 국사책에서 볼 일을 왜 하필 이 시대에 태어나서 직접 겪는지 모르겠다고."

“좋은 일은 아니지만 역사의 증인이잖아.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직접 보고 느끼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면 되는 거지.”

그때는 열심히 포장하느라 애쓰며 그 이상의 큰일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요즘 한국사가 아닌 세계사에 기록될 더 큰 일을 겪고 있다.



코로나 19(우한 폐렴)



아마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 다음으로,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지 않을까.

벌써 두 번의 개학 연기를 했지만 세 번째 개학 연기가 유력해지는 상황. 개학 연기에 고등학생인 딸은 불안하다. 올해 수능을 치러야 하는 고 3 만큼은 아니지만 내년에 대입을 치러야 하는 고 2. 수시 전형으로 대학을 가려면 고등학교 생활의 시험 하나하나, 수행평가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딸은 트위터로 세상과 소통을 한다. 그리곤 그 이야기를 나에게 쫑알쫑알 전해 준다.

최근엔 단연 코로나 19로 인한 개학 연기와 n번방 사건이 핫이슈. 딸이 알려준 이야기를 듣고 올라온 청원에 함께 동의를 하기도 했다.



며칠 전 딸이 밥을 먹으며 내게 물었다.

"엄마, 곤돌라 알아?"

"알지.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관광하는 그 배 있잖아. 영화에 자주 나오는.."

"우와.. 엄마 똑똑하네. 암튼 그게 코로나 때문에 멈춰서 강물이 깨끗해졌대. 물고기가 보인다네."

'우와?? 는 뭐지?’

"너 곤돌라 뭔지 몰랐지?"

"응. 난 그 놀이동산에 가면 큰 바퀴 같은 놀이기구 있잖아. 그건 줄 알았지. 암튼 그게 운행을 못하니까 퇴적물이 가라앉아서 강물이 깨끗해졌대."

상식 수준이 청정(?)지역인 딸의 말을 듣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정말 이탈리아에 사는 사람이 올린 사진이 있었다.

현지인들도 처음 본다는 깨끗한 물. 물 반 고기 반인 사진은 마치 오지의 청정지역을 보는 듯했다.


출처 <모두의 공원> 곤도라 운행이 멈춘 뒤 물고기가 보이는 맑은 물이 되었다.



그리고 어제 아침.

"엄마, 트위터에서 누가 그러는데 인도의 해변에는 거북이가 돌아왔대. 원래 거북이들이 알을 낳던 해변인데 사람들이 많이 와서 거북이들이 사라졌었대.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5일 해변을 폐쇄했더니 그 기간 동안 오지 않던 거북이들이 8만 마리나 와서 알을 낳고 갔다네. 정말 코로나가 지구를 살리고 있나 봐."

"지구를 살려?"

"응.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그러더라고. 이탈리아 베니스도 그렇고 인도 해변도 그렇고.. 이 정도면 사람이 해충이고 코로나가 해충을 처리해서 병들었던 지구를 치료하고 있는 거라고."


씁쓸하게도 난 딸의 말에 수긍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갇혀 지내는 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한두 달 만에 자연은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사람에게는 해를 입히는 바이러스지만 지구에게는 어쩌면 백신과도 같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니 코로나 사태만큼 마음이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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