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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호구되는 경제상식

그동안 나는 심한 호구였다

by 작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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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돈과 경제에 있어 심한 호구였다. 여전히 그렇지만 과거에는 정말 심한 호구였다. 개나 소나 돈을 벌었다는 지난 2020년, 21년 주식시장에서 나 역시 돈을 조금 벌었다. 처음에는 많이 벌었다. 돈 버는 게 이렇게 쉽다니! 월급이 우습던 시절이었다. 많이 벌긴 했는데 그 후 상당히 많이 잃었다. 내가 사면 다 오르는 줄 알았기에 이미 상당히 오른 주식을 왕창 더 샀다. 떨어지는 것을 유유히 지켜보며 '버티면 된다'라고 우겼다. 결국 고급 수입차 한 대 값을 날렸다.


첫째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다니던 발레 학원에는 거액의 돈을 순순히 갖다 바쳤다. 작품비와 의상비, 개인레슨비를 척척 이체했다. 당시에 주식이 너무 잘돼서(하필이면... 차라리 돈이 없었어야 했다) '예체능 하면 이 정도는 나간다고 하더라' 라며 그러려니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공생 위주로 가르치는 유명한 학원도 그렇게까지 레슨비와 작품비를 심하게 많이 받지 않았다. 작품비를 받지 않는 학원도 있었다. '유튜브에 작품 다 나와있는데 작품비를 왜 받아요?'라는 학원이 있단 말이다. 그럼 작품비, 의상비, 개인레슨비가 얼마나 되냐고? 아... 퍼스트클래스 타고 미국 왕복할 수 있는 돈이다. 어쩌면 그거보다 더 될 수도...... 아, 아, 그냥 생각하고 싶지 않다.


처음으로 샀던 아파트를 팔 때였다. 상승장 초입인지 모르고 부동산 소장님이 '이 사람들(매수자) 돈이 없다고 한다. 깎아달라'는 말에 선뜻 1천만 원이나 깎아주었다. 나는 그때 집을 처음 팔아보는 것이었다. 빨리 팔고 싶었던 마음에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15억에 집 파는 사람도 500만 원 겨우겨우 깎아주던데 나는 당시 5억 미만의 집을 팔면서 통 크게 1천만 원을 할인해 주었다.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했던가. 그 후 집을 팔 때는 더 가관이었다. 이번에는 비싸게 팔고 싶었다. 결코 똑같이 당하지 않으리! 꼭 팔아야 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5개월 전에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다. 이것이 첫 번째 패착이었다. 너무 늦게 내놓은 것이다. 날짜가 정해졌다면 1년 전에는 집을 내놓는 게 좋은 것 같다. 당시에는 집값이 오르는 분위기여서 괜히 빨리 내놨다가 또 헐값에 팔리게 될까 봐 나름대로 수를 쓴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없어졌다. 그렇게 거래가 정지되는 시절로 접어들게 되었다. 오를 만큼 올랐던 것이다. 내가 부른 값으로 내 아파트를 사줄 사람은 없었다. 애가 타기 시작했다. 밤에 잠이 안 왔다. 거래가 정지돼도 집값을 후려치니까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루에 7팀이 온 적도 있었다. 부동산에서 데려오는 손님들 모두에게 집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보기만 하고 사지는 않았다. 내 집을 보러 오는 예비매수자들을 영업사원처럼 맞이했다. 사달라고 사정도 하고, 내 입으로 깎아준다고도 했다. 어떤 아저씨는 집 사진 찍어달라고 해서 다 찍어주고, 깎아달라고 해서 얼마까지 깎아준다고 했더니 안 산다고 했다. 협상에서 마음이 급하면 호구 잡히는 것인데 그때는 그걸 몰랐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보험저축'을 두 번이나 들었었다. 적금 들러(은행금리 1% 시절에 성실하게 적금 붓던 나) 은행에 갔다가 은행 직원의 권유로 그 자리에서 둘째 '보험저축'을 들었다. 돌이켜보니 그게 처음이 아니었다. 둘째 갓난아기 때는 은행 과장이라는 사람이 남편과 나를 친절히 모시며 상품을 설명했다. 본인 아이들도 이거 들었는데 강추한다며 '보험저축'을 권했다. 딱 보니 호구처럼 보였나 보다. 남편과 나는 순순히 그러겠다고 했다.


서류작성 중 전산오류가 생겨 그 과장이라는 남자가 한참 낑낑거렸다. 마침 둘째가 은행 안에서 빽빽 울었다. 달래도 그치지 않고 오래 울었다. 배가 고팠던 것 같은데 분유를 가져오지 않았다. 우리가 그냥 가겠다고 하자 과장이라는 남자는 손으로 땀을 닦으면서 조금만 기다려주시라고 했다. 그 아저씨가 불쌍해 보여 우리는 배고파서 우는 아기를 달래면서 결국 보험저축을 들고 집에 왔다. 그때 정말 불쌍했던 사람은 배고파 우는 우리 둘째였고, 감언이설에 속아 보험저축을 들었던 남편과 나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둘째가 '엄마, 아빠 그 보험저축을 들지 마오'하면서 목놓아 울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첫째가 뱃속에 있었을 때는 '태아보험'을 들었다. 남편의 사촌여동생이 보험설계사라서 우리가 밥을 사주며 보험에 들었다. 소중한 아기를 위해서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보험은 필수라고 했다. 남편의 사촌이니 철석같이 믿었다.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소중한 우리의 첫아기가 아닌가! 문제는 보험료가 싸지 않았다.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보험을 들 필요도 없다. 가족력이나 특별히 걱정되는 일이 없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때 내가 그걸 알리가 있나. 호구였는데.


부끄러운 얘긴데 당시 남편과 나는 거금 300만 원을 주고 셀트리까지 들었다. 아이가 난치병에 걸렸을 때 보관해 둔 제대혈로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나는 그게 어떤 원리인지, 정말 그럴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 첫째 아이의 제대혈이 어디서 어떻게 보관되고 있는지, 잘 보관되고 있는지 엄마인 내가 모른다. 지금도 300만 원이면 큰돈인데 차라리 그때 그 돈으로 SPY나 애플 주식을 샀으면 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것 말고도 어이없이 남한테 돈을 갖다 바친 일이 수없이 많겠으나, 굵직한 호구당함은 위와 같다. 내가 호구였는지도 모르고 당했던 일도 분명 있을 것이다.


철저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나는 돈과 경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사회에 나왔다. 그럼 사회에 나온 후에는 알았나? 몰랐다. 월급을 받고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전혀 몰랐다. 그 상태에서 결혼을 하고 전세를 얻고 아이를 키우고 집을 사고팔았다. 남편은 나보다 3살이 많고 직장도 2년 더 일찍 다녔다. '저 사람은 나보다 낫겠지'라고 막연히 기대했다. 헛... 살아보니 남편이나 나나 거기서 거기였다. 차라리 내가 좀 나았다. 나는 내가 호구라는 것을 눈치채고 뭐라도 읽고 듣고 배우려고 했지만 남편은 그럴 의지도 거의 없었다. 2016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상승장에서 '그거 다 거품이야'를 외치던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눈에 나는 얼마나 쉬운 호구였을까. 나는 호구of호구였다. 뭐 지금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호구임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다. 이 책 내용 70% 이상은 내가 다 아는 내용이었다. 안다고 해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알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든 복습이 중요하다. 쉽고 자세한 설명을 하나의 흐름으로 죽 듣는 것은 머릿속에 흩어져있던 정보와 지식의 조각을 하나의 그림으로 맞추고 체계화시켜 준다.


최대한 끊지 않고 한 번에 들으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이번에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중간중간 끊어서 들었던 것이 아쉽다. 한 번 더 들으려고 하였으나! 아니 '호구시리즈'가 2개 더 있네! 주식과 재테크에 대한 호구시리즈. 일단 시리즈 2개를 더 듣고 <모르면 호구되는 경제 상식>을 다시 한번 들어야겠다. 좋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 듣는 것은 웬만한 책을 다독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


아, 그런데 윌라 무료 사용 기한이 9일 정도 남았다! 서둘러야겠다.



아래 목차가 일목요연하다.

목차 읽으며 복습하기.



KakaoTalk_20250703_194845003.jpg 감자는 회사의 자본이 없어지는 것.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안 좋은 거다.




KakaoTalk_20250703_194845003_01.jpg 주식회사, 유한회사. 4대 보험. 정확히 몰랐다.


KakaoTalk_20250703_194845003_02.jpg 월급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데 나는 월급 모아 저축하면 부자 되는 줄 알았다.



KakaoTalk_20250703_194845003_03.jpg 환율, 주식, 공매도. 연말정산, 국민연금. 이번에 쫙 정리가 되었다. 설명을 아주 쉽게 잘해준다.



KakaoTalk_20250703_194845003_04.jpg 이런 책은 보통 부동산보다 금융, 주식 등을 좀 더 추천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부동산이 아주 조금 더 안정적이고 확실한 수익이라고 생각한다.



KakaoTalk_20250703_194845003_05.jpg 그때 그 아파트를 팔아서 바로 반포자이에 갭투자 했어야...




KakaoTalk_20250703_194845003_06.jpg 금리, 주가. 금리와 환율은 여전히 어렵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냥 외웠다.



돈이 나를 스쳐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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