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는 무섭지만 이야기는 슬프다. 결말포함 리뷰
여름에 재미있게 읽을 만하다고 누군가 이 책을 추천했다. 가성비와 효율을 심하게 따지는 나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으면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다. 완전히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조금 그렇게 느낀다. 내가 이렇게 편하게 책이나 읽고 있어도 되나? 이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돈 되는 거 아니잖아.
그럼에도 소설이나 에세이를 종종 읽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있으니까 읽고 싶은데 '소설을 읽는 정당성'을 굳이 확보하기 위해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이유를 만들어본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경험하고 생각하는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더 넓고 깊은 곳을 보고 들을 수 있다. 이렇게까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떠올려야 하나? 그냥 읽으면 안 되나? 나는 정말 요즘 시대 가성비와 효율을 중요시하는 실용주의와 자본주의의 노예인가 보다.
이 책은 세 편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지은의 방>, <강과 구슬>, <이설의 목야>.
이 세 소설은 하나의 흐름을 타고 이어진다. 이게 연작소설의 매력이다.
<지은의 방>
지은은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외롭게 자란다. 엄마는 아빠와 이혼 후 집을 나갔고 아빠는 재혼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한 아이('강과 구슬'에서 초원)에게서 강령술을 배우게 된다. 강령술을 실행한 후 지은은 '그것'에 홀려 전에는 하지 않던 문제를 일으키고 다닌다.
아빠와 재혼한 여자는 자신의 아들(후에 이설의 남편)을 버리고 이웃집 여자의 아이(이설)를 정성으로 돌본다. 이웃집 여자는 남편이 죽고 난 후 돈 되는 일을 다 쫓아다닌다. 그래서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했고 지은의 계모가 그 아이를 맡게 된다. 이설은 지은이를 좋아하지만 지은이는 이설이가 귀찮다.
목야의 축제날 밤, 지은은 자신에게 맡겨진 그 아이의 손을 놓친다. 그 어린아이는 물에 빠지게 되고 갯바위에서 발견된다. 이일로 지은의 아빠와 아빠의 재혼녀는 지은을 더 멀리한다. 지은은 성인이 되면서 철저히 혼자 남겨진다. 혼자 남겨진 집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강과 구슬>
강이는 귀신을 본다. 구슬이는 강이가 보는 귀신 중 한 명인데 거의 친구라고 볼 수 있다. 구슬이는 구슬할머니에게 붙어있었다. 할머니 곁에 검은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할머니에게서 빠져나왔다. 할머니의 검은 그림자는 죽음을 의미한다. 귀신 구슬이는 같이 잡혀가고 싶지 않았다.
초원은 강이의 유일한 친구이고 초원에게는 삼촌이 있다. 목야의 축제날 강이는 초원의 삼촌을 만난다. 강이는 초원의 삼촌에게서 뱀의 갈라진 혀를 보았다. 그를 본 후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 초원의 말에 따르면, 삼촌은 떠도는 영가(귀신)를 바다에 바치고 바다에 있는 '그분'은 삼촌의 기도를 들어준다. 그렇게 초원의 삼촌은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 삼촌에 의해 바다에 바쳐진 것은 살아있는 아이였다.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 강이와 구슬이는 바다로 뛰어든다.
<이설의 목야>
이설은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결혼했다. 다행히 착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가위에 자주 눌렸다. 남편을 위해서 목야에 있는 점집을 혼자 찾아왔다. 이설이 만난 젊은 무당은 할머니 귀신을 모시고 있었다. 무당과 할머니, 무당과 이설 모두 인연이 깊다고 했다. 젊은 여자 무당은 남편 가위눌리는 부적을 쓰기 전에 할 일이 있다고 했다.
무당과 함께 찾아간 곳은 예전에 자신이 맡겨졌던 집이다. 그곳에는 그 언니가 있었다. 언니는 거북이 인형을 찾지 못해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거북이 인형은 이설이 가지고 있었다. 거북이 인형을 그 언니에게 돌려주는 것이 이설이 할 일이었다. 할 일을 끝내고 이설은 그 무당에게서 남편을 위한 부적을 받았다. 남편은 전보다 편하게 잠을 자게 되었다.
이설의 남편도 이설만큼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 그의 엄마는 재혼했고 아들을 버렸다. 아빠는 사람들에게 낚시 명당을 알려준다고 사람들을 유인해 바다에 빠뜨렸다. 그 죄로 무기징역을 받았다. 무기징역을 살던 중 교도소에서 자살했다.
이설은 곧 남편과 함께 목야로 이사 온다, 남편은 목야에 집이 있었다. 그 집은 자신을 버린 엄마가 재혼해서 살았던 집이다. 그 집에는 어떤 누나도 함께 살고 있었다. 재혼한 엄마와 엄마의 재혼남이 떠난 후 그 누나는 혼자 그 집에 살았다. 그 집은 이제 거의 폐가와 비슷해졌다. 그 집을 이설의 남편이 샀고 이제 둘은 거기서 함께 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