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무계획이 계획

go with the flow

by 작은꽃

2026년을 맞이하면서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올해는 진짜 계획적으로 아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계획한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물론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다이어리에 쓰면 성공 확률이 꽤 높이 올라간다는 것을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딱히 뭔가 계획을 세우고 싶지 않다.


25년이나 24년을 맞으면서도 특별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었다. 시간은 연속해서 흘러가고 목표나 계획은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새해가 시작한다고 비상한 기운이 생기고 묘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작년까지만 해도 계획 3가지는 새해 다이어리에 적어놓았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남편에게 잘하기.

아이들 많이 안아주기.

운동 주 3회 꼭 하기.


가끔 좀 큰 계획도 있었다.

서울에 아파트 사기.

isa에 남편과 나 모두 2천 채우기 등.


그런데 올해는 '그냥 되는대로 살아보자'가 계획이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면 이렇다.


계획 세워봤자 뭐 하나. 나한테는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좋은 일은 남에게만 일어난다. 나에게는 주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 내가 아등바등 애써봤자 안 될 일은 안 된다. 욕만 먹을 때도 있다. 운동 열심히 하고 채식 위주 식사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 여기저기 혹만 생기더라. 아빠는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했으며 평생 성실하고 착하게 사셨지만 치매에 걸리셨다. 열심히 살면 뭐 하냐. 애는 울고 불고 난리치고 우울하다, 죽고 싶다 하고, 쎄 빠지게 일해서 번 돈은 애들 학원비로 다 나가고, 같이 외출한 남편은 주머니에 손 넣고 혼자 빨리 걸어가 버리는 걸...


물론 나도 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거. 나는 아직도 감사할 일이 많다는 거. 이 정도 힘든 것은 남들도 겪는다는 것(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자식 욕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내 얼굴에 침 뱉는 행위이므로 적나라하게 못하겠지만 우리 집 자식 1호 덕분에 무척 우울하다. 안 그래도 우울한데 정말 많이 우울하다. 남편 하고도 1호 덕분에 싸운다. 아! 주식 때문에도 싸운다. 왜 내 말 안 듣고 당신 마음대로 해서 이 좋은 장에서 돈 못 버냐고. 이 글도 남편과 자식1호로 인하여 하루 종일 심기가 불편하여 저녁 7시 30분경에 저녁밥 먹은 거 치우고 동네 스벅으로 뛰쳐나와 쓰는 것이다.


올해는 day by day, go with the flow, '오늘만 산다'를 목표로 잡았다. 사실상 한참 전부터 '나는 오늘만 산다'라고 말하고 다니긴 했다. 그렇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희망과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것이 없다. 그냥 하루하루 버티고 견디며 '살아남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기회가 오면 잡고 안 온다고 애태우지 않겠다. 애가 지투더랄을 하면 나도 지금 죽게 생겼으니 네가 아무리 지투더랄해도 소용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겠다. 이미 그렇게 하긴 했다. 안 먹혀서 문제지......


애가 너무 버르장머리가 없어서 단호함이 필요한데 이제는 정말 단호함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내가 더는 봐줄 힘이 없다. 자식도 남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냅두고 일단 나부터 살아야겠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만 신경 쓰고 그마저도 집착하지 않겠다. 운동을 꾸준히 하되 조금씩 하겠다. 근육이 안 생겨도 실망하지 않고 살이 쪄도 그러려니 하겠다. 아침에도 굳이 너무 일찍 일어나려고 하지 않겠다. 적당히 일찍 일어날 것이다. 약 6시 30분쯤이면 적당한 것 같다.


학교 일도 열심히 하되 실수하거나 언짢은 일이 생겼을 때 뻔뻔하게 대처하겠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사람들은 스쳐간다(진상 학부모와 나를 만만하게 보는 동료교사). 자식 1호와 남편은 세상에서 가장 내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므로 그들에게 최대한 말을 줄이겠다. 같이 있는 시간도 최대한 줄이겠다. 열받았을 때 괜히 집에서 화 끓이지 않고 스벅에 가서 남이 타주는 커피 마시며 유튜브를 보겠다. 세상에는 아주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이 많다. 자식 2, 3호는 예쁘고 어리며, 아직 나를 원하므로 위 맹세(?)에서 제외한다.


2026년에는 잘하려고 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자.



KakaoTalk_20260109_145751455.jpg 3주를 기다려서 받은 하하토코 연필. 둘째가 노래를 불러서 사줬다. 나도 이제까지 써본 연필 중에 이게 지존이라고 생각한다. 배송도 늦고 문의에 답변도 없어서 사기당한 줄 알았다.



KakaoTalk_20260109_145751455_01.jpg 둘째가 학교에서 가져온 해바라기 씨앗 화분. 귀여운 새싹이다. 자식2호와 3호를 닮았다. 그들은 너무 귀엽다. 제발 이렇게만 자라다오.



KakaoTalk_20260109_145751455_02.jpg 시댁에서 자지 않고 '호텔춘향'이라는 곳에서 2박 했다.

호텔춘향에 대해 잠시 말해야겠다. 체크인하던 날과 그다음 날, 침대 위에 보란 듯이 머리카락이 여러 개 놓여있었다. 다리털처럼 보이는 털 2개와 아주 긴 머리카락 등 종류별로 있었다. 체크인하던 날 사장님께 머리카락 있었다고 말하니 청소하는 애들한테 잘 말하겠다,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다음 날도 그랬다. 그 외에는 싸고 넓고 안마의자도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내가 숙박시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청소상태이다......


KakaoTalk_20260109_145751455_03.jpg 남편 복지포인트로 산 노트북. 삼성 화이팅!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서도 잠깐 말하겠다. 내가 많이 가지고 있으면 적게 오르고 내가 안 가지고 있거나 적게 가지고 있으면 많이 오른다. 삼성전자 주식도 그렇다. 어쨌든 삼성전자 화이팅!

keyword
작가의 이전글[책]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