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가 갈린다는 데 나는 호(好)
책을 읽고 나면 남들은 어떻게 읽었나 뭐라고 하나 찾아본다. 네이버에 '혼모노 재밌나요?'라는 글이 있어서 읽어보니 '나랑은 안 맞는다', '이게 베스트셀러라고?', '샀으면 화났을뻔했다' 등의 댓글이 주르륵 달려있었다. 의외였다. 아니! 이렇게 재밌는데?? 나는 재밌어서 금방 읽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들었다. 이 책은 밀리의 서재에서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누군가 댓글에 써놓았다. 다 읽고 나면 불편함과 찝찝함이 남고 열린 결말로 끝나다 보니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고. 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책 속의 이야기와 인물이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법하다고 여겼다. 사람 사는 일에 딱 부러지는 결말이 있긴 하나? 사람이 다 그렇지 않나?
선과 악의 구분은 모호하고, 내가 누구보다는 낫다는 알량한 자부심으로 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뭔가 특별한 것 같고 그걸 몰라주는 사람은 뭘 모른다고 무시하고, 다들 그러지 않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이 시간과 함께 두리뭉실하게 흘러가는 것이 실제 아닌가? 명확한 정답이 없는 결말이 진짜 우리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현실적인 보통 사람의 모습을 사실적이고 담백하게 표현했다.
나는 사람은 다 이기적이고 속은 다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겉으로 봤을 때 잘나고 부자고 똑똑하더라도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고, 내 말이 맞고 너는 틀리다고 믿는다. 친한 것 같지만 돈이나 직장, 취업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얄팍한 관계가 쉽게 드러난다. 물론 소수의 아주 특이하게 이타적인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다 비슷하게 이기적이고 비슷하게 내가 옳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런 모습을 이 책의 단편소설 하나하나에서 무척 잘 보여주고 있다. 희망적이지 않고, 따뜻하지 않은 것이 좋았다. 우리의 삶에 많은 요소들이 회색지대에 있으므로 딱 떨어지지 않는 결말이 당연했고 자연스러웠다. 굳이 닫힌 결말을 써야 했다면 그것은 아마 별로 유쾌한 엔딩은 아니었을 것 같다. 최소한 사람들이 원하는 속 시원한 결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열광했던 영화감독이 아동학대 또는 그 비슷한 일을 했는데 믿지 않는 나, 태극기부대의 할아버지와 아줌마들에게서 한국의 정을 느끼고 추억을 간직하게 된 듀이를 보라. 착하고 나쁜 사람이 있나? 멋있기만 한 사람이 있나? 내가 좋아하면 좋은 사람이고 싫어하면 나쁜 사람인가?
혼모노에서 주인공 남자 무당도 돈 잘 벌었으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다. 교수라는 사람이 조교 같은 학생을 뽑는 속내, 직장 내 관계는 역시 수박 겉핥기이며 직장은 철저하게 돈 벌러 가는 곳이라는 것, 엄마가 아이를 사랑한다고 말은 하지만 아이를 통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런 부모들이 꽤 많다), 어렸을 때 우정이나 철없는 짓은 빨리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을 인정하기 싫어서 읽기 불편할 수도 있겠다.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사는 실제 모습을 두렵더라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이 책이 나에게 현실의 따끔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그래서 작가에 대해 찾아봤는데 나보다 무려 13살이나 어렸다!! 역시 나이가 많다고 현명해지고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 그런 것이 결코 아니다. 이것도 현실의 따끔한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