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앉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 혼자 밥 먹는 게 제일 편한 사람
어렸을 때는 혼자 있으면 왕따처럼 보일까 봐 다른 사람들 눈치를 봤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깨달았다. 나는 그냥 혼자 있는 게 편하고 좋은 성향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보통 단체로 무엇을 하기 좋아한다. 여럿이 어울리는 것을 잘 못하면 '사회성이 부족하다'라고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다. 사실 내가 남과 어울리고 관계를 오래 이어가는 것을 못하긴 한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제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어렸을 때는 남의 눈치를 보면서 그런 분위기에 휩쓸렸다. 특히 대학교 때 여럿이 어울려서 먹고 얘기하고 집에 오면 지쳤다. 뭐 하고 온 거지? 시간 아깝다.
가끔 친한 사람을 만나서 둘이서 밥을 먹을 때가 있다. 만나고 싶고 같이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다. 만나서 햄버거를 먹자고 하는데 그때부터 약간의 부담이 느껴졌다. 나는 누구랑 밥 먹는 게 불편하다. 나는 말이 하고 싶은데 밥을 먹으면 말을 많이 못 한다. 코로나 때문에 그게 특히 더 심해졌다. 먹으면서 말을 하면 침이 튀어서 싫다. 나는 친구든 가족이든 같은 접시에 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것도 싫어해서 최대한 피한다. 집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는데 밖에 나가서 그러면 유난 떤다고 하거나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까 봐 조심스럽다.
친한 사람을 만나 얘기할 때 마주 앉는 것이 불편해서 나란히 앉는 것을 좋아한다. 마주 앉으면 상당히 부담스럽다. 얘기하다 보면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하나 싶을 때가 많다. '그건 네 정서가 불안한 것이다', '사회성이 부족한 것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뭐든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 편한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남편 하고도 카페에 가면 마주 앉기보다 나란히 앉는 것이 편하다. 내가 나란히 앉고 싶다고 했을 때 한 친구는 '어? 너나 좋아하냐?'그런 적이 있는데 상대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마주 앉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란히 앉아서 상대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얘기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직장에서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내가 다 불편하다. 눈을 어디다 두고 먹어야 하나. 내가 입을 벌려 입안에 음식을 집어넣고 씹는 모습을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 특히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다들 고개를 약간 숙인 채로 먹는 건가. 그리고 밥을 먹다 보면 말을 하게 될 때가 있는데 음식을 입에 넣고 말하는 것은 정말 싫다. 입을 가리고 말해도 우물우물하며 말하는 건 비위생적이다. 입 안에 음식이 없을 때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난 그냥 조용히 밥을 먹고 싶다. 이야기는 조용한 곳에서 차를 마시면서 하고 싶다. 사실 이건 직장에서 뿐 아니라 친구를 만났을 때도 그렇다. 같이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은 좋은데 먹을 때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남한테 피해 안 주면 되지 않냐고 하며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사실 여전히 남의 눈치를 본다. 너는 뭐 그렇게 불편한 것이 많냐며 뭐라고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소리 듣는 것만큼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나는 여전히 어색하고 불편하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나는 그런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남들이 뭐라 하든 크게 상관하지 않겠다는 강단도 조금 생겼다. 듣기 싫은 소리도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나 편한 데로 좀 하고 살아야겠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크게 눈치 볼 이유가 없다.
22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