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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s meaningless Dec 31. 2022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하는 것

매년마다 나는 행복한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고등학교 때 노래방에 자주 갔다. 공부는 뒷전이었다. 밤늦도록 친구들과 노래를 불렀다.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내일 또 보자고 손을 흔들었다. 집에 가는 길에 빼놓지 않고 하는 게 있었다. 핸드폰을 여는 것이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정말 재미있었고 고마웠어. 네가 최고야. 우리 앞으로 계속 잘 지내보자!'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며 해가 바뀔 때마다 하는 게 있다. 멀어진 사람에게 연락하는 일이다. 주로 같이 근무했던 선후배, 초·중·고 친구, 입대 동기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이럴 때가 연락하기에 어색하지 않을 시기다. 어떻게 인사를 건넬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지만 이런 순간마저 반갑다. 


문자는 이렇게 보낸다. 연락을 보낼 사람과 함께 한 추억을 짚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하고 골라낸 추억을 펼친다. 좋은 경험을 나눠 고맙다는 인사와 건강해지라는 당부로 마무리한다.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은 제각기 다르다. 보낸 문자가 쌓일수록 행복했던 기억이 이렇게 많았는지 새삼 놀란다. 뿌듯하다. 이럴 땐 참 복 받은 사람 같다. 


고등학교 때 신나게 놀고 집에 가는 길에 왜 문자를 보냈을까. 어차피 내일 또 볼 친구였다. 무얼 얻자고 연락한 게 아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함께해준 게 고마워서였다. 그뿐이었다. 누군가와 같이 한 모든 순간을 기억할 순 없다. 언젠간 그때를 돌아봤을 때 행복함이 남아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핸드폰을 들자. 아름다운 그 장면이 생생히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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