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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엔진 Dec 24. 2019

아빠육아휴직 90일차

어떤 것들은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생산성이란 무엇일까? 쉽게 정의하자면 아래와 같다. 


생산성의 정의 / 생산성 by 이가 야스요


 내가 반복적으로 육아휴직 일기에도 적고 있고, 뼈져리게 느끼고 있는 것이 육아는 생산성을 도대체가 컨트롤 할 수가 없다. 우리 사회가 대외적으로 보기에는 노동 생산성이 가장 낮은 나라일지라도 그것은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서 발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오히려 노동 착취적인 구조에서 우리나라의 노동자들만큼 인력 노동 자체의 생산성이 높은 나라는 개인적으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생산성을 잘 들여다보면 "어떤 직무/직능" 에 특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특정 분야에 대한 생산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뿐 모든 것을 두루두루 잘한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실제로 사람은 자신의 강점/약점 분야가 있을 수 밖에 없도록 어려서 부터 성장하며 성인이 된다. 


 이 지점에서 육아를 한번 살펴보자. 육아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잘해야할까?


 1) 일단 밥과 요리를 잘해야한다 - 잘 먹어야 건강하게 잘 크니까
 2) 빨래를 잘해야 한다 - 깨끗한 옷을 입어야 위생적으로 좋으니까
 3) 청소를 잘해야 한다 - 말해서 뭐하나... 면역체계 약한 애들에게는 깨끗해야 좋다
 4) 잘 놀아줘야 한다 - 뇌폭발 시기에 두뇌의 이성/감성을 발달시킬 수 있으니까
 5) 건강에 대한 기초 상식은 있어야 한다 - 극단적 아나키나 극단적 병원 의존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6) 육아 트렌드 인식 능력이 있어야 한다 - 그래야 내 아이도 트렌드에서 뒤지지 않는....?

 

 뭐 이것만 있겠는가? 하나씩 파고 들어가면 뭐가 계속해서 치고 나온다. 얼마전 시청했던 SBS스페셜에서 내 아이의 공간을 설계하는 "심리건축설계 전문가" 도 봤다. 이걸 일반 부모가 어떻게 하나...


 육아를 하다보면 1개도 제대로 잘하기 힘든데, 다 잘하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의문에 직면한다. 영양적인 관점과 아이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데코레이션까지 완벽하게 요리를 잘하는 부모가 아이의 뇌 발달을 정확히 파악하여 단계별로 성장동인을 챙겨주는 잘 놀아주는 부모가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그럼 여기서 타협의 지점은 무엇인가?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원칙을 가지고 접근하려고 한다.  


대원칙 - 아이에게 공감하고 심리적 안정감/안전감을 제공하는 역할은 부모에게 온전히 있다는 것 
 1원칙 - 부모 스스로 잘하는게 무엇인지 먼저 스스로의 강점을 판단할 것
 2원칙 - 안되는 것은 과감하게 포기 또는 최소화하거나 누군가에게 위임할지 정할 것
 3원칙 - 위임을 결정하면 해당 내용에 대한 기초지식과 비용 합리성을 판단할 것

 19년도에 함께 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할 HR 담당자 모임 "인사이트" 를 운영하는 태니지먼트에서는 인간의 강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HR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도전을 하고 있는데, 아래 예시는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는 질문의 결과로 나오는 강점과 욕구의 편차를 비교하여 자기 점검을 해볼 수 있게 해주는 Tool 이다. 

태니지먼트 강점진단 Tool 예시

 최소한 나는 육아에서도 이런 진단 Tool 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만 모르지 이미 어디 있는거 아닌가...?) 그리고 자신이 육아의 지점에서 강점이 있어 잘하면서도 욕구까지 합치하는 지점은 전문가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개발하되 그렇지 않은 지점은 배우자와 분야를 구분하고, 나아가 합리적인 비용에서는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것을 과감하게 선택하는 것이 육아의 생산성을 올리면서도 부모도 행복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전문가에게 이런 지점들을 위임하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아마 10년전만 해도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2019년 12월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합리적인 가성비를 가지고 이런 지점들을 대체해주고 있다. 


 시간 단위로 제공하는 보육서비스, 세탁 대행, 청소 대행 (심지어 화장실만 부분적으로 전문적인 청소), 밀키트부터 반조리 식품 배송, 간식 키트 배송 등 오히려 내가 시간이나 돈을 써서 해야하는 일을 반대로 계산해보면 오히려 이런 서비스가 더 가격적으로 나을 수도 있는 상황까지 도래하고 있다.


 육아를 2명 중 1명(보통은 엄마가 전담했던... 여전히 그런 경향이 강한)이 전담하는게 그래도 가능했던 시절에는 그 1명이 슈퍼맨/슈퍼우먼이 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었겠지만, 맞벌이가 구조적으로 강제되는 요즘. 그리고 성별 구분없이 초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며 개인의 삶에서 사회적 자아의 실현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는 문화적으로도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문화가 잘 만들어지기 위해서라도 업체나 전문가들의 신뢰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서비스 공급자들이 이런 신뢰감을 지켜나갈때 부모는 아이와의 유대감이라는 기본 중의 기본과 더불어 자신의 삶의 행복도 적극적으로 추구해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지점에서 해당 서비스들이 정말 신뢰를 주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 노동의 플랫폼화와 어떤 연계점을 갖느냐는 생각해볼 지점이다) 


참 다양한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다

 


 부모로서 가져야 하는 무한한 책임감이 잘못된 감정은 아니다. 하지만 그 무한한 책임감이 모든 것을 내가 다 내 손으로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육아에도 생산성을 도입한다는 것에 "생산성" 이 주는 어휘의 부정적 어감에서 벗어나 현명하게 부모와 아이의 삶에 생산성을 적용해보면 의외로 모두가 행복한 지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 문장과 함께 마무리하려고 한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한다고 하죠? 육아 잘하는 사람도 단순하게 합니다. 
 (아... 물론, 제가 잘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는 잘하고 싶은 사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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