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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엔진 Jun 12. 2020

상식적인 세상으로의 회귀

코로나19를 통해 맞이한 이상한 뉴노멀들을 바라보며

 세상은 언제나 시끄럽다. 현대사회는 정보의 전달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여 인프라를 구축했으나 역설적으로 사용자는 자신의 시간이라는 비용만 지불하면 그 수많은 소음을 자신의 주관과 함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소음의 정도는 인간의 뇌가 진화해가는 속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2020년 6월을 지나가고 있는 현재 우리는 "코로나19" 에 의하여 엄청난 위기에 직면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이슈들은 초반에 근본적인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어느 순간 뉴노멀이라는 단어와 함께 다시 이상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추구해왔던 노멀 자체가 정확히 정의조차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정상성의 비중을 기준으로 변화가 일어나면 그것을 뉴노멀로 정의하고, 모두가 그것에 편승하여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방향성이 상실된 채 솔루션에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말 다양한 이슈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런 이슈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더 나은 방향성, 꼭 인류라는 거대한 집단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내가 속한 공동체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데 필요한 상식과 노멀을 정의하고 기존의 치부를 성찰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은 회피하려는 태도. 그 결과로 파생되는 단기 솔루션에만 얽매이는 태도, 그리고 그것은 결코 자신이 서있는 지점의 이해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 수많은 소음의 뼈아픈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이 지점부터 생각해보자.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감염자의 동선이 제한되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우리는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 라는 관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것, 손을 조금 더 잘 씻고 소독제를 사용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실제로 우리의 삶이 변한 것은 크게 없다. 일부 근무환경이 가능한 회사들은 재택근무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기업 브랜딩 측면에서 아젠다 선점을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비대면 솔루션들이 드디어 빛을 보는 것처럼 얘기되고, 조금만 지나면 모두의 삶이 출퇴근 지옥은 사라지고, 프로답게 일할 수 있는 아름다운 구조로 변할 것처럼 얘기하지만 결국 이것은 "모두" 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이 선택 가능한 자" 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럼 우리가 전체를 위해 우선적으로 얘기해야 하는 것이 재택근무나 비대면과 같이 단독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솔루션에 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아프면 쉴 수 있다" 는 당연한 권리와 이에 대한 보장에 대해서 논의를 해야 하는 것이 맞을까? 건강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 "프로의식" 이 없다는 것과 등가로 소비되는 사회에서는 코로나19 정도의 문제가 터져야 열이 나고 기침하는 증상만으로도 조퇴나 휴가를 써볼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실제 살아가고 있던 현실이다. 아니. 그나마 이마저도 정규직으로 보호받는 일부의 권리다. 여전히 많은 노동자의 권리는 비용으로 치부되며 혁신의 논리 앞에서 자본과 생산수단에 가깝지 못한 대부분의 개인은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오늘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아래의 판결을 통해서 생각해볼 지점들은 명확하다. 법인이라는 추상적 법인격이라도 내부의 구성원들의 삶을 위해서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 최근에는 직원을 "내부고객" 이라고 칭하며 이들을 잘 대해준 것이 생산성이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나오지만 코로나19로 우리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 지점은 "인간성의 회복" 이라는 점이고, 이것은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근본적인 생각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의 논리에서의 적자생존으로 작동한다면, 인간은 법과 제도라는 추가적인 규칙을 더하여 적자생존의 역사를 문명화 이후 지속해왔을 뿐이다. 우리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그리고 이러한 사상의 기반하에 인간이 지구라는 생태계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당연한 노멀에 온전히 도착해본 적이 없다.   

 굳이 사회적 불평등 연구의 석학인 로버트 라이시 교수의 코로나 시대의 4계급을 가져오지 않아도 우리는 오늘 이러한 격차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내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내 이웃의 고통은 얼마든지 다른 관념으로 합리화할 수 있는 사회. 그러한 한걸음이 우리들을 점점 절벽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자성은 부족한 사회. 나만 그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고 외치는 사회. 그것이 최근의 뉴노멀 담론을 보며 느끼는 한 개인으로서의 솔직한 감정이다. 

  


 그 외에도 우리는 코로나19가 가져온 다양한 소음에 직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다음 라운드는 일부 정치인들에게서부터 시작된 "기본소득" 에 대한 논의가 가장 시끄러운 영역이 될 것이다. 어느 방법이 맞고 틀린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각자 서있는 위치에 따라 동의하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오늘은 맞다가 내일은 틀릴 수도 있다.


 다만, 그 담론에서 꼭 잃지 않길 바라는 하나의 방향이 있다면 자신의 주장에 잘 맞는 사례와 수치만을 끼워 맞춰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보려는 탐욕은 최대한 배제하고 공동체와 미래 세대를 위한 전체 생태계를 고려한 방향과 진정성을 기반으로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나가려는 노력,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도 "함께 사는 세상" 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하길 바란다. 


 얼마 전 종결한 머니게임 13회의 인상적인 한 대화를 첨부하며 글을 마친다. 


가짜가 아닌 진짜 신화가 만들어지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혜준 : "성실하다고, 다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이제는"


탐 브라운 K : "왜 그렇게 생각하지?"


혜준 :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 4년 정도 세무사 사무실에서 일을 했었어요. 그때 제 한 달 월급이 140~150만원 정도였는데, 이제 저는 한 달에 고객들이 월 1,400만원~1,500만원의 세금을 아끼는 일을 도와드려야 했었어요.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정보와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탐 브라운 K : "세상은 원래 공평치 않아"


혜준 : "네. 알아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공평하지 않다는 거.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사는 동안에는 함께 사는 거잖아요. 그러면 자기들이 뭔가 갖는 것 중에서 최소한 낙오자는 만들지 말아야죠. 그건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자들의 의무이고 책임이에요. 땀 흘려 일한 노동의 가치가 부정당하고, 정보와 숫자를 활용한 명확한 사기가 신화로 포장되는 세상에서는 저희 고모부 같은 분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신화는 동경을 만드니까요. 그리고 그 포장된 신화는 삶을 파괴하고 어떤 경우에는 사람을 죽게도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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