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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Sep 27. 2021

카페 2

  판단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지만 우리 카페의 손님층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점심시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가는 직장인들과 오후 두 시쯤이 지나 친구 둘셋과 함께 대화를 나누러 온 손님, 그리고 혼자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마시며 오래도록 작업을 하는 사람들. 

  사장 입장에서 가장 고마워해야 할 건 오래 머무르지 않으면서 단체로 주문을 하는 직장인 손님들이지만, 내가 손님이었을 때를 생각하면 혼자 오래도록 머무르는 손님들이 유독 반갑다. 혼자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사람, 랩탑 자판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서 오래도록 작업을 하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악을 들으며 온전히 휴식을 취하는 사람. 

  혼자 있기 좋은 카페를 찾아다녔던 나는 붐비지 않으면서도 너무 텅 비어 주목받지 않는 곳, 적당히 어두운 조도로 주변이 눈에 선명히 들어오지 않고 시끄럽지 않은 음악이 공간을 채우는 곳을 원했다. 진한 커피와 적당히 배를 채울 음식, 취하지 않을 만큼의 잔술과 간단한 안주 정도가 있어 마치 혼자 여행을 온 것처럼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적당한 백색소음과 고요 가운데에서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했고, 때로는 사장님과 이야기꽃을 피우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각자의 일을 하기도 했다. 같은 공간 안에서 다른 일을 하며 겪는 결속으로 하나가 되었다 여럿이 되었다 했다. 

  그런 공간이 나에게 주는 휴식은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다. 창밖을 빠르게 지나는 분주한 사람들을 가만히 앉아 바라보면 혼자 다른 시공간에 놓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 시간만 조금 더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랄까. 무언가를 하려 들어왔지만 멍하니 있다 보니 다른 생각으로 빨려 들어가고 평소에 하지 않던 번뇌들이 꿈틀꿈틀 튀어나온다. 하지 않았던 질문들이 내 마음을 톡톡 건든다. 자리에서 스스로에게 질문과 답을 구했을 뿐인데 성장한다는 기분이 나를 기쁘게 한다. 

  결국 주어진 시간 내에 할 일을 다 마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엉뚱한 생각 덕에 일은 끝내지 못했지만 알 수 없는 만족감이 미소를 짓게 한다. 카페란 나에게 그런 공간이다. 머무름으로 성장하는 시간을 주는 곳. 혼자일 땐 생각으로, 여럿일 땐 대화를 통해 나누고 쌓이는 어떤 것들이 존재하는 공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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