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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Aug 21. 2022

동업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모두가 동업을 말렸다. 사업을 시작하면 자연스레 연기와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또 말렸다. 사람들이 우려한 부분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연기와 멀어질 수도 있고, 동업을 하다가 관계가 와해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나에겐 이상한 자신감이 있다. 반드시 해낼 것이라는 자신감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도 차분하게 앉아 꼬인 실타래를 풀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작은 매장 하나를 운영하는데 여럿이 달라붙어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내가 당연하다 여겼던 부분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차차 평화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각자가 가진 장점이 하나씩 부각되기 시작했고, 실수는 실수대로 인정하는 능력도 키워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나눠 먹기엔 부족한 밥상에다, 누군가가 이미 차려놓은 식탁에 반찬 하나를 얹으며 합석을 한 이유는 서로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고 각자 가진 장점을 선두에 두며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면 단순히 좋은 가게 하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가지지 못한 능력들을 배우고 흡수하며 동시에 가진 것을 나눠 갖는 일. 


사공이 많으면 좋은 것은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포기하고 싶을 때에도 나 대신 그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제가 할게요"라는 말도 없이 묵묵하게 나의 자리를 채워주는 사람들을 볼 때 얻는 위로와 응원은 번아웃을 이겨내고 다시 열정을 불태우기에 충분했다. 


물론 이런 과정도 한 때가 될 수 있고, 모임도 언젠가는 흩어질 수 있다. 특히나 자본이 엮인 관계에서는 믿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나가는 이유는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어쩌면 사업가들은 우리를 보며 치기 어린 애송이들이라고 손사래를 칠 수도 있지만 이런 과정이 분명 나의 앞날에 도움이 될 것을 안다.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할 리스크를 나눠 갖기 위해 시작한 일이고, 만약 동업이 실패했을 때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 배우는 것도 삶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부분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훌륭한 인재들 사이에 끼어 딱히 가진 능력이 없는 내가 수행하는 역할이 있다면 단순한 장사치가 되지 않게 노력하는 일이다.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사업 안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그들이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꿈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그리고 그런 어리석은 낭만 때문에 채우지 못하는 부분은 사업가가 가져야 할 진취적인 마인드를 가진 동료들이 채워주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은 큰돈을 벌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업극 안에 틈틈이 좋은 구절을 가져다 붙이는 일 정도에 불과하겠지만, 기대 없이 관람한 상업극에도 가슴을 울리는 대사 한 마디가 있다면 집에 가는 내내 여운이 남는다고 믿는다. 혹은 반대로 억지로 끼워 넣은 대사 한 마디가 보는 내내 거슬렸을 수도 있지만 극이 가진 전체적인 힘에 용서를 해주는 관객이 있으니 욕먹을 각오를 하고 모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험을 용납해주고 타일러주는 동료들 덕에 끊임없이 공부를 하게 된다. 


이미 배가 만석임에도 계속해서 인재를 등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업무량을 분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가지를 펼쳐 큰 나무 한 그루가 되기 위함이다. 그중 누군가는 열매를 맺고 씨앗을 흩날려 다른 곳에 자리를 잡을 것이고 그렇게 땅을 넓혀가는 일과 동시에 개량된 모종이 번져 나가는 것을 보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실제로 큰 밭을 형성하게 될지, 별 소득 없는 빈 수레가 될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다. 넘어져봐야 일어나는 법을 배우듯이 젊은이들의 도전과 경험은 실패로 이어지더라도 충분히 값지다. 


동료 중 누군가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다시 무대 위에 올라 꿈을 펼치고 있다. 누군가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 일에 매진을 하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적성을 찾아 떠나기도 할 것이다. 그런 결정 안에는 꿈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고 그런 희망의 굴레 안에서 나는 영원히 꿈을 응원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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