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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

by 주모운

주짓수 수업이 있는 시간엔 체육관에 가고, 수업이 없는 시간이라면 헬스장에 간다. 헬스장도 닫혀 있는 시간이라면 공원에서 조깅을 한다.

개인적으로 주짓수는 수련 기간과 실력을 유추할 수 있는 벨트가 있기 때문에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하고, 헬스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 하는 나름의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깅은 내가 하는 운동 중 가장 목적성이 떨어지는 운동인데, 목적이 없다는 데에서 큰 매력을 느낀다.

심지어 러닝이나 조깅을 할 때 기록을 재거나 거리를 측정하지도 않는 편이라 그저 발을 옮기며 생각이 정리되거나 마음이 정화되기만 해도 만족하게 된다.

아무것에도 연연하지 않고 온전히 마음을 보살피는 시간처럼 느껴진달까.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어제 가졌던 분노, 잠들기 전에 했던 걱정, 오늘도 희미하게 느껴지는 희망 같은 것들이 무색해지곤 한다. 그렇게 대단한 일이었나 싶다.

해가 뜨기 전 하늘은 아름답고, 오늘도 살아있으니 됐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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