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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모운 Mar 14. 2020

힐링 말고 스탠딩

위로만 받지 말고 일어나서 움직이자고

위로로 가득 찬 힐링의 세상이 지나고 곧 스탠딩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친구들에게 누누이 얘기했다. 각자의 지친 마음이 어느 정도 치유가 됐을 때, 위로보다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할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응원과 스탠딩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서점에도 SNS에도 온통 괜찮다, 괜찮다로 가득한 요즈음을 이해한다. 세상 사람들은 너무 빠르고 바쁘게 움직이느라 영혼을 챙길 시간이 없었다. 본인이 보낸 하루나 한 일에 대해 생각해볼 정신이 없었다. 일어나는 변화와 현상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여유가 없어 대충 그럴듯한 편에 서기도 했다. 버는 돈은 똑같은데 물가는 오르고 즐길거리들은 많아지고 SNS에는 부러움을 유발하는 온갖 비싸고 멋진 삶의 단면들이 즐비한다. 사람들은 자기 삶에 ‘왜’라는 질문을 붙이지 못했고, 분주한 일상의 나열이 연속될 뿐이었다. 젊은이들은 부와 명예, 성공, 비교라는 재촉에 많이도 지쳤다.



위로는 좋은 것이다. 누군가의 짐을 덜어준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진심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똑같은 삶을 살았다 해도 내가 아닌 타인을 백 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다. 같이 나고 자란 쌍둥이도 다른 생각을 하며 산다. 그렇기에 이해는 그토록 어렵고, 그런 이해를 통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면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실로 대단한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지나친 위로를 받으면 불쾌할 때가 있다. ‘지금 너의 모습 그대로도 괜찮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름다워’,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부가설명이 생략된 지나친 위로의 과부하로 난 위로에 지치기 시작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지만 난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순 있지만 일을 하고 돈을 벌지 않으면 생존할 수가 없다. 지금 나의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내겐 더 멋진 미래에 대한 목표가 있어서 괜찮은 수준을 넘어서고 싶은 욕구가 있다. 위로를 통해 얻는 것 이상으로 성취를 통해 기쁨을 느낀다.



우리는 현재에 대한 만족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현재에 대한 만족은 사실 다가올 미래에도 만족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희망에서 비롯된다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많은데, 열심히 벌어서 자주 사 먹어야지.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데, 성공해서 더 자주 여행 다녀야지.


이런 말들은 모두 미래지향적인 말들이다. 우리는 현재에 느끼는 행복을 미래에 더 다양하고 빈번하게 경험하고 싶거나 현재에 일어나는 불행과 잘못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산다.


고로 우리는 다가올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만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내일에도 오늘과 같이 혹은 오늘보다 행복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싸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위로의 형태가 위처럼 각자의 삶에서 잠깐 쉬어가길 권하는 문구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내가 최근 대화에서 경험한 위로는 나의 실패와 포기를 재촉하듯, 그래서 본인만이 위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위로받기를 강요하는 듯한 뉘앙스를 받았다.


“너 힘들지? 나도 힘들어봐서 다 알아. 말해봐, 뭐가 힘든데? 너 힘들어. 내가 위로해줄게. 너 힘들다니까?” 폭력에 가까운 위로를 강요받으며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짜 힘들어본 사람은 타인의 슬픔을 강요할 수 없다. 그 슬픔의 무게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지를 안다면 절대로 누구에게나 쉽게 얘기할 수 없다는 걸 알 것이다.


그들은 그저 본인만이 괴롭지 않기 위해 괴로움에 시달리는 종자를 번식시켜 슬픈 무리라도 만들려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혼자서는 들기 무거운 짐에 넘어져 있는 사람을 도와 둘이 나눠 들어 함께 나아가기 위해 슬픔을 나눈다. 내가 가진 행복의 추를 나눠줌으로 다른 하나가 더불어 행복해짐으로써 타인을 기쁘게 했다는 힘을 함께 얻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


인간이 가진 나눔의 미덕으로, 우리는 잠시 나무 그늘 아래 기대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힘들게 걸어온 길을 우스갯소리처럼 회상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휴식 후 평화가 찾아오는 찰나에는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고 일어나 다시 또 먼 길을 나아가야 한다.


만족할만한 순간을 더 자주 만들기 위해 지루한 날들에도 노력하고 , 행복을 자주 느끼기 위해서 불행을 꾸준히 헤쳐 나가며, 힐링을 넘어서 스탠딩으로.


-2018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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